[주가 급락에 환율ㆍ금리도 '요동'] 외국인 18일간 5조 매도…개인들도 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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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내 증시는 개인투자자들의 일부 투매까지 나타나면서 수급사정이 크게 흔들리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외국인이 18일 연속 매물을 쏟아내는 가운데 기관투자가들도 일부 손절매(로스컷)성 물량을 내던져 주가 하락폭을 키웠다.
특히 그동안 장세를 뒷받침했던 개인들마저 지지선으로 기대했던 1650선이 힘없이 무너지자 보유주식을 무차별적으로 내던지는 '패닉'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S(스태그플레이션ㆍ물가상승 속 경기침체)의 공포'가 외국인ㆍ기관ㆍ개인 등 모든 시장 주체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외국인들이 일단 주식을 '팔고 보자'고 나서고 있어 순매도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국제 유가나 선진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1600선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개인마저 등 돌려
개인들은 이날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를 잃고 투매에 가까운 실망매물을 내던져 총 1641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지난달 말과 이달에 걸쳐 나온 국내외 경제지표들이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을 확인시켜줬다"며 "믿었던 1650선이 무너지자 개인 실망매물이 무차별적으로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이런 양상은 개인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 더욱 뚜렷해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주가 추가 급락을 피하려는 개인들로 인해 코스닥시장의 낙폭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동양제철화학 두산중공업 등 지난해 시장을 주도한 미래에셋자산운용 보유 주식들도 펀드 환매가 나올 경우 수급 압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서둘러 정리하려는 매물이 나오며 낙폭이 확대됐다.
여기에는 기관투자가들의 손절매성 매물도 가세했다.
◆수급 무너져
외국인은 이날 4209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최근 18일 동안 5조2113억원어치의 순매도를 보였다.
연속 순매도 일수로는 역대 5번째다.
안승원 UBS 주식영업부 전무는 "최근 미국 내 중장기펀드마저 주식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아시아 주요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주식을 4조7000억원어치 순매도했고 대만과 인도에서도 각각 3조9000억원,2조5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신용경색 우려에다 신흥시장 투자 위험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신흥시장은 선진국보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취약한 데다 선진국 경기 침체가 신흥시장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다.
함춘승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대표는 "주식시장에 탐욕(Greed)이 사라지고 있다"며 "외국인은 수익을 챙기기보다 손해를 안보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 주식비중을 줄이는 데 급급하다"고 전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진 국면에서의 연속 순매수 일수나 규모로 보면 어느 정도 막바지에 이른 것이라는 추정을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미국 증시나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기 전까지 섣불리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로 국내 증시는 전 세계 증시보다 덜 빠졌는데 이날 급락으로 어느 정도 하락폭을 맞췄다"며 "3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의 금리결정이 단기적인 주가흐름이나 투자심리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