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장에 나와 있던 투자자들이 오전에 주가가 반등 기미 없이 계속 밀리자 모두 빠져 나가 하루종일 썰렁했습니다.

오후 들어 낙폭이 더 커지자 '저가 매수' 얘기도 쑥 들어가고 펀드 환매 여부를 묻는 전화만 간혹 걸려와 거의 손을 놓고 지냈어요.

(박주창 메리츠증권 서울 행당동 메트로지점장)"

주가가 급락한 2일 개인투자자들은 일부 투매 조짐까지 보이며 증시에 등을 돌렸다.

지지선으로 믿었던 1650선이 오전에 일찍 힘없이 무너지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며 기대를 버리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고 증권사 일선 지점장들은 전했다.

외국인이 계속 '셀 코리아'에 나서고 있고 기관들도 매수를 주저하고 있는 시기에 개인투자자들이 이날 저가 매수를 타진하지 않고 투매에 가까운 '팔자' 양상을 보인 것은 증시의 수급 사정이 취약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개인들은 외국인이 4조7000여억원어치의 주식을 정리했던 지난달에도 1조8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기관들이 일부 종목을 가격에 상관 없이 팔아달라는 바스켓 매도에 나선 것이 개인들의 매도를 부추겼다.

개인의 순매도 규모는 이날 오전 100억원 남짓에 그쳤으나 오후 들어 일부 기관들의 바스켓 매도가 나오며 주가 하락폭이 커지자 개인들의 실망매물이 쏟아져 결국 16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는 장 마감을 30분 정도 앞둔 무렵에는 1607까지 밀리기도 했다.

외국인에 이어 개인들까지 매도에 동참해 수급 사정이 순식간에 나빠지자 이날 웅진홀딩스 등 48개 종목이 하한가로 추락했고 52주 신저가로 떨어진 종목도 460개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상당수 개인은 주가가 꺾였던 지난 5월 중순 이후에도 반등에 대한 기대를 보였지만 최근 유가 환율 경기불안 등 각종 악재가 연이어 터져 나오자 더 늦기 전에 손절매 차원에서 보유 주식 정리에 나선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개인들의 주식 투자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5월19일 11조3530억원에서 이달 1일에는 9조1160억원으로 한 달 남짓 사이에 2조2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단타로 돌아서거나 아예 주식 투자를 끊겠다는 투자자도 나오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분당지점 일선 직원은 "일부 투자자들은 대운하와 하이브리드 관련주 등 코스닥 테마주를 대상으로 단타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주가가 1700선으로 떨어지자 주식을 사들였던 개인들 가운데는 이후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자 아예 주식에서 손을 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선 조심스럽게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기태 한화증권 갤러리아PB점장은 "이 지역 투자자들은 투매에 가세하지 않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매수 타이밍을 논의하고 있다"며 "1600선이 깨지면 신규 매수도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