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이 그룹 모태인 섬유 공장을 북한 개성공업단지로 이전한다.

인건비 등 여러 투자조건에 비춰 섬유 생산기지로 개성만한 곳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태광산업은 4일 개성공단에 연 4000t 규모의 아크릴 섬유를 생산하는 공장을 착공한다고 3일 밝혔다.

이를 위해 개성공단내 9200여평 부지를 확보했으며,내년 2월께 가동을 목표로 3000평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태광산업은 울산과 경남 양산 웅상 등의 3개 공장 유휴설비를 포함,1차로 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의 섬유산업은 인건비 부담 등으로 한계 상황에 처했다"며 "단계적으로 생산설비를 북한 개성으로 옮겨 섬유생산기지를 구축한다는 게 그룹의 중장기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태광그룹은 지난 수년간 금융,미디어 분야를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는 대신 섬유사업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벌여왔다.

계열사인 대한화섬은 폴리에스터 단섬유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폴리에스터 병용칩의 생산라인도 대폭 축소했다.

'돈줄'이었던 스판덱스 사업도 중국 공장 1개를 제외하곤 공장매각 등을 통해 철수했다.

개성공단으로 이전할 생산설비는 울산 양산 웅상 등 3개 공장이 보유한 아크릴 섬유제조 설비로 알려졌다.

이곳 3개 공장은 연산 5만7600t 규모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3개 공장은 여전히 가동 중이지만 겨우 유지할 정도며,이들 공장의 시설을 이전하는 문제는 그룹의 오랜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태광 섬유설비, 개성으로 옮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핵 등 정치적 문제만 해결되면 개성은 새로운 섬유 생산기지로 최적의 장소"라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 베트남 지역의 투자여건이 인건비 상승 등으로 악화되면서 개성공단은 섬유산업 등 국내 제조업의 '탈출구'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남북한 관계가 진전될 경우 개성산 제품도 한국산으로 인정키로 한 것과 관련,최근 북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이후 섬유업체들의 개성공단 진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개성공단의 월 최저임금은 현재 52.5달러 수준으로 중국(99.28)의 절반 수준이고,한국에 비해서는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제 혜택이나 개성공단내 평당 분양가도 중국 한국 등에 비해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271개 제조업체들이 입주해 있으며,이중 섬유기업이 104개로 전체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