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과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증시의 '구원 투수'로 긴급 투입됐다.

외국인은 물론 개인까지 가세한 매도 공세를 기관이 홀로 맞서며 주가를 방어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적립식펀드를 중심으로 투신권으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반면 기관들이 최근 주식 보유 비중을 낮추고 현금을 늘려 놓아 매수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기관이 당분간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대내외 여건이 개선되기 전에는 기관들도 한껏 공격적인 매매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기관 5700억원 이상 순매수

코스피지수는 3일 개장과 동시에 급락세로 출발해 1600선을 맥없이 내줬다.

외국인과 개인의 동반 매도로 지수는 1580선까지 밀렸으나 오후 들어 기관의 저가 매수 자금이 들어오면서 한때 1616까지 반등하는 등 점차 안정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1606.54로 마감해 1600선을 지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이 모처럼 14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투신 증권 보험 사모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이 모두 순매수를 보였다.

이날 순매수 합계는 5700억원을 넘어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6000억원 수준에 근접했다.

이날까지 투신은 9일 연속,연·기금은 3일 연속 순매수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이 지수가 급락한 틈을 타 일부 자금을 증시에 투입한 덕분에 오후 들어 주가 하락폭이 크게 줄었다"며 "프로그램 순매수가 많긴 했지만 기관의 매수세를 바탕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있는 종목과 기술주 등이 소폭 반등한 점이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급락장에서 기관이 사들이는 종목은 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관은 이달 1∼2일에 삼성전자를 1735억원어치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어 국민은행 포스코 현대차 신한지주 등이 많았다.

한국전력 가스공사 한국타이어 강원랜드 등도 기관의 순매수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매수 여력은 얼마나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펀드 잔액은 약 81조원이다.

이들 펀드의 평균 주식 편입 비율은 90.20%,현금성 자산은 7.02%에 달한다.

산술적으로는 약 5조6000억원 정도의 '실탄'이 투신권에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미래에셋증권은 투신권이 보유 중인 유동성 자산이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약 1%인 9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증시의 가장 큰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지속적인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 과정에서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지 않아 펀드 내 주식 비중이 최근 1개월 새 92%에서 89%로 떨어졌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통상 투신권은 현금 비중을 6% 이내로 관리하는데 최근 하락장에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현금 비중이 일시적으로 이보다 올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매수 여력이 있는 기관이 당분간 소방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기관의 매수세로 지수의 추가 하락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외국인 자금이 이머징 증시에서 앞으로도 계속 이탈하느냐의 여부가 주가에 더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박해영/장경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