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학교교육을 위한 교사와 학부모 간의 상호협력체가 사친회였다.

해방 후 미국의 제도를 본뜬 사친회는 학교와 학부모 간의 교량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교사는 가정방문을 통해 학생의 형편을 일일이 살폈고,학부모는 미력이나마 학교일에 참여하려 애썼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교사를 대하는 학부모들의 태도는 그저 '고마움'뿐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친회는 일종의 로비단체로 변질됐다.

'내 자식만을'이라는 일부 학부모들의 이기심이 치맛바람을 불러 일으켰고,급기야 돈봉투가 오가는 촌지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후 사친회는 학부형회,후원회,운영회 등으로 이름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학내의 부조리가 주된 이유였다.

이제와서는 학교폭력이 가장 큰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학생체벌,학생들 간의 싸움,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심지어는 학부모가 교실에 들어가 선생님을 폭행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참다 못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학부모의 학교출입을 제한'하는 '교권보호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의 골자는 학교장과 해당 교사의 동의를 얻어야만 학교를 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학부모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발상이라며 따지고 있다.

아이가 심한 체벌을 받아도,성추행 교사가 있어도 허락을 받아 출입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서로간의 불신,삐뚤어진 교육열,인성교육의 상실 등이 초래한 갈등의 현장을 보는 것 같다.

미국은 물론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사친회는 학교운영의 주체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기금을 모으고,도서관관리를 하고,보조교사를 자청하고,각종 행사를 주관하면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학교에 기부한다.

학교는 수시로 학부모간담회를 가지면서 교육이념과 방식을 설명하곤 한다.

교육의 3주체 중 한 축인 학부모가 어쩌다 교권침해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우리 교육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