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주택채권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1973년부터 25년간 유지되던 국민주택채권 의무매입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부 용역보고서가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한국증권학회 오승현 교수(서울여대 경제학과) 연구팀에 맡겨 진행한 '국민주택채권 발행제도 개선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3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낮은 이자율로 국민주택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의무매입 제도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비효율이 심각하다"며 "일반 국고채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발행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국민주택채권 어떻게 유통되나

현행법에 따르면 주택을 구입한 국민은 지역과 매매대금에 따라 각각 1.3~3.1%에 해당하는 액수의 국민주택 1종 채권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에서 전용면적 85㎡인 아파트를 9억3000만원에 매입한 A씨가 정상적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기 위해서는 과세시가표준액(매입대금의 70%로 추정) 6억5000만원의 3.1%(과표 6억원 이상,특별시ㆍ광역시 기준)에 해당하는 2015만원어치의 국민주택채권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

5년 만기인 데다 금리도 3%밖에 안 되는 국민주택채권을 보유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다면 할인 비용과 제반 수수료조로 220만원(채권 가액의 약 11%)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사는 즉시 내다팔아야 한다.

이 비용은 보통 법무사가 대행하는 과정에서 포괄적인 '등기 비용'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이런 채권을 구입하는지 모른 채 지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공택지에서 전용면적 85㎡ 이상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개발이익환수 방법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채권입찰제를 통해서도 국민주택채권(2종)의 일부가 소화되고 있다.

이렇게 시장에 풀린 채권은 증권사를 통해 일정 규모 이상 모아져 기관투자가 사이에 거래되는 게 보통이다.

보고서는 "국민주택채권 발행 및 유통구조를 보면 채권할인 비용은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준조세'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를 제거해 부동산 거래시 발생하는 부담을 경감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선책은

국민주택채권 의무매입제도는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1990년대까지는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더 많았다고 판단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불필요한 거래비용만 커지고 있을 뿐 공정한 시장 가격으로 평가받는 국고채 이외의 별도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실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민주택채권을 국고채에 통합할 경우 국민주택기금 이자 부담이 늘어나 정부의 재정 손실이 우려되지만 이는 별도의 조세나 부담금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의무매입자가 물고 있는 할인 비용에 수수료나 증권사 마진 등 '거품'이 끼어 있는 만큼 의무매입 대상자에게 별도의 기금세를 부과해도 부담이 줄어들면 줄었지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게 연구 결과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국민주택채권=정부가 임대주택 건설이나 구입대금 융자 등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만기 5년짜리(1종)는 부동산 매매를 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하는 사람이 매입하고 만기 10~20년짜리는 중대형 주택을 분양받는 사람이 사들이도록 돼 있다.

무이자 또는 시장금리보다 낮은 3% 이자율로 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