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그는 '88만원 세대' 중 한 명이었다.

월 80만원 받는 독서실 총무.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군에서 제대한 지 3년，마흔 번째 서류전형마저 탈락한 고개 숙인 스물 아홉.인생의 황금기를 '취업 3종 세트'인 토익과 공모전，이력서에 저당잡힌 '지친 청춘'이었다.

그가 지금 에너지 넘치는 젊은이로 바뀌었다.

부친이 권한 유럽 자전거 여행을 통해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는 '삶의 역주행'에 성공한 이후부터다.

파리에서 출발，투르를 거쳐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로 남하했으며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 독일 하이델베르크와 프랑크푸르트에 이르는 2500㎞의 여정.타고난 길치，방향치，기계치가 64일간 넘어지고 깨지고 울고 웃으면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했다.

<바이시클 다이어리>는 그 변화의 시간을 담은 여행기다.

160㎞에 걸쳐 샛길이 한군데도 없는 오를레앙 행 국도.저자는 38도가 넘는 아스팔트 열기와 살인적 속도를 내는 5t트럭의 위협을 이겨냄으로써 자신감을 되찾았다.

동시에 이제까지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넌 못 할 거야'라는 타인의 부정적 시선에 고개를 숙였던 과거를 반성한다.

결국 성공이란 목적지를 향해 꾸준히 페달을 밟는 것이라는 평범하지만 성숙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후 세상을 보는 여유를 갖게 됐다.

'그때였다.

나를 감쌌던 르와르 강변의 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어둠 속에서 프랑스 시골의 또다른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방금 전까지도 '어서 페달을 밟아라'고 무섭게 나를 노려보던 암흑이 '이제부터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라'며 내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그는 말한다.

불안하고 무기력했던 청춘에 열정을 심어준 무모한 용기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직장이 지겨워 미칠 것 같거나，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 모르겠다는 사람에게 지금 당장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더 늦기 전에 마음 속 자전거를 꺼내 힘차게 페달을 밟으라고.허벅지 근육의 탄력과 심장의 박동 소리를 느껴보라고.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