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췌장암으로 6개월 이상 살 수 없다고 통고받은 홍모씨(72ㆍ서울 성북동)는 항암제 치료를 받으며 버텨왔지만 올 3월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다.

평소보다 식사량이 줄고 기력이 떨어진 데다 복수까지 차서 다른 치료가 불가능해진 상황이었다.

이런 절망의 상태에서 홍씨는 고려대 안암병원 통합의학센터를 찾았다.

자신에게 적합한 동종요법과 명상치료를 처방받고 다시 용기를 내어 새로운 치료에 집중했다.

그 후 2개월이 지나자 동종요법이 효과를 발휘해 심했던 식욕부진과 피로가 사라졌다.

또 명상치료 덕분에 말기암이라는 중압감을 떨쳐내고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됐다.

이미 예정된 시한을 넘겨 살고 있고 암 통고 이후 고통받던 가족들도 홍씨의 태도 변화를 통해 한결 마음을 편안히 먹게 됐다.

통합의학센터는 그동안 국내에서 말뿐이었던 동서양의 보완대체의학을 제대로 시행해보겠다는 의욕으로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동종요법 명상치료 음악요법 미술요법 태극권 요가 식사요법 등을 통해 기존 서양의학이나 한의학이 미처 다루지 못한 틈새 영역을 치료하고 있다.

이를 테면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두통 요통 환상통 등 만성 복합통증,뇌졸중 심장병 교통사고 후의 후유증,수술 전 불안,산후 우울증,학습장애 등이 보완대체의학의 치료 분야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및 불안증,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천식 등의 개선에도 보완대체의학이 유용하게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동종요법은 사람의 기질 직업 외모 등을 감안해 체질을 판별한 후 이에 가장 잘 맞는 동ㆍ식ㆍ광물 생약의 진탕 희석제(빻아서 묽게 만든 약제)를 투여한다.

서양에서 전래돼 온 3000여 가지 체질 처방에 따라 최적의 희석제를 투여하면 인체가 긍정적인 신호를 받아 심신의 전반적 컨디션이 좋아질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 센터 김정하 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보완대체의학이 환자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치료효과도 크다는 것이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의 연구논문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자료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에서 5억명 이상이 동종요법을 경험했으며 유럽 4조원,미국 2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