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청담동 '유 아트 갤러리'에서는 영국 전통 남성복 브랜드 '던힐(dunhill)'의 가을ㆍ겨울 컬렉션 행사가 열렸다.
'자화상'이라는 컨셉트로 과하다 싶을 만큼 영국 전통 스타일을 선보였다.
홍콩에서 공수해 왔다는 고풍스런 옷장에는 수트ㆍ니트ㆍ가죽재킷ㆍ가방 등 '남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패션 품목들이 그득했다.
멋을 아는 남성이라면 옷장을 통째로 사고 싶어했을 정도로 영국 패션의 매력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자리였다.
던힐은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의 남성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다.
던힐이란 이름에 "담배 아닌가,패션 브랜드도 있었어"라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브랜드 초창기에는 한몸이었지만 중간에 갈라져 지금은 BAT라는 담배회사가 내놓는 담배 '던힐(Dunhill)'과 리치몬트그룹(까르띠에ㆍ몽블랑 등을 소유한 스위스 명품그룹)이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던힐(dunhill)'은 별개 브랜드다.
던힐 브랜드 로고의 'D'가 대문자(담배)이냐,소문자(패션)이냐로 구별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 '던힐'은 파이프,자동차용품 등 남성을 위한 다양한 아이템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영국 출신의 앨프리드 던힐은 1893년 21세 나이에 가업인 마구 제조업체를 물려받으면서 브랜드 역사가 시작된다.
막 자동차가 생겨난 20세기 초 뛰어난 사업가 기질을 가졌던 앨프리드 던힐은 자동차 액세서리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가죽 드라이빙 코트ㆍ헬멧ㆍ고글ㆍ자동차 경적ㆍ계기판용 시계ㆍ여행용 트렁크 등을 다양하게 구비한 '던힐 모토리티즈(dunhill Motorities)' 매장은 당시 영국 상류층 사회에서 높은 명성을 얻었다.
1906년 런던의 듀크가(현재 저민가) 1호 매장에 이어 미국 뉴욕 5번가(1921년),프랑스 파리 중심가(1924년)에 문을 열면서 '던힐'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창립자 던힐은 혁신가였다고 한다.
낚싯대는 1895년 인정받은 그의 첫 특허품.접는 백미러 등 다양한 발명품을 바탕으로 낚싯대ㆍ낚시릴ㆍ크리켓ㆍ골프장비ㆍ비행사를 위한 액세서리ㆍ특수의상 등을 선보였다.
이런 기발한 아이템들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115년 전통의 혁신적인 브랜드의 진수를 보여준다.
패션 전문가들은 던힐은 어떻게 전통을 지켜나가야 하는지,어떻게 새로운 스타일을 부여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브랜드라고 평가한다.
던힐이 처음 옷을 내놓기 시작한 것도 레이싱을 위한 제품에서 출발했다.
'강인함'을 나타내는 레이싱 재킷,바이커 재킷은 이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품목.올 가을ㆍ겨울 패션에도 어김없이 스웨이드(소,양가죽 등을 부드럽게 보풀려서 만든 직물) 레이싱 재킷을 선보였다.
이 브랜드는 남성 본연의 이미지와 함께 클래식하면서도 섬세함,유연함까지 세심하게 고려한다.
개성을 연출할 기회가 적은 남성들을 위해 런던의 던힐 전문매장에서는 셔츠는 물론 시계,커프스링크까지 맞춤 제작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클래식 정장을 입더라도 작은 액세서리 하나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남성들을 위해 소소한 제품들까지 내놓고 있다.
던힐의 주요 고객층은 유럽 왕실의 로열 패밀리아 전문직 남성들이다.
왕위 대신 사랑을 선택한 세기의 로맨티스트이자 패션 리더였던 윈저 공과 (에드워드 8세)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엘비스 프레슬리 등이 던힐의 단골 고객이었다.
던힐 마니아인 영국 출신 배우 주드 로가 현재 던힐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던힐은 세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개념의 매장인 '던힐 홈'을 런던ㆍ상하이ㆍ도쿄에 선보인다.
'남성들만을 위한 전용공간'으로 제품 판매는 물론 바 라운지,남성전용 헤어살롱,발렛 서비스(가죽제품 세탁) 같은 던힐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75년 전 앨프리드 던힐이 자주 방문했던 도쿄의 긴자 중심가에는 지난해 12월 처음 '던힐 홈'을 연 데 이어 오는 9월 런던,10월 상하이에 각각 개점한다.
국내의 던힐 매장은 총 19개(면세점 13개 포함)가 운영되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