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3개월 전 우리금융지주의 지휘봉을 놓았던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55)이 국민은행을 자회사로 두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돌아온다.

주변의 예상을 깨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의 만장일치 추대를 받은 황 전 회장은 4일 이사회에서 KB지주 회장 후보로 공식 추천됐으며,다음 달 25일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황 회장 내정자는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KB금융지주를 국가대표 아시아 리딩금융회사로 키워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우선 국내에서 규모를 키워야 하며,이를 위해 전략적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무대를 노크하기에 앞서 국내 리그를 먼저 평정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 아니냐"는 것이다.

황 내정자는 "국민은행이 그간 추진해온 외환은행 인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론스타와 HSBC의 계약이 파기될 경우 외환은행이 다시 매물로 나올 것에 대비하겠다는 얘기다.

또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이 적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기회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해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민영화 과정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황 내정자는 카드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강화도 적극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KB지주에서 비은행 부문의 비중이 2% 안팎에 불과하다"며 "이를 글로벌 뱅크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리딩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 금융사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황 내정자가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조직 추스르기가 급선무다.

국민은행 임직원 가운데 경쟁 은행의 최고경영자(CEO)가 회장으로 오는 데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한 강 행장을 지지했던 임직원들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노조는 반대 투쟁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국민은행의 한 간부는 "황 내정자가 자신의 구상을 실천하려면 포용의 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정원 행장과 함께 간다'는 그의 말처럼 자신은 KB지주 회장으로,강 행장은 국민은행장으로 손을 맞잡는다면 KB금융그룹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주변의 기대다.

하지만 회장과 행장의 리더십이 순탄하게 발휘되지 못할 경우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 설정도 황 회장이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외환은행이나 정부소유 은행 민영화과정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선 우리금융 회장 말기에 정부 및 예금보험공사와 빚었던 갈등을 먼저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경제 침체기에서의 건전성 강화,주가하락 방어 등도 황 회장이 신경써야 할 사항이라는 진단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