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7시 서울 신대방동 농심 본사 2층 프레젠테이션룸.네티즌 불매운동 등으로 곤욕을 치른 농심이 '소비자와 네티즌의 쓴소리를 듣겠다'며 마련한 '고객 경청회' 자리다.

하지만 30여 좌석 중 태반이 빈자리였다.

손욱 회장 등 농심 임직원 10명 외에 소비자는 일반시민(2명),대학생(2명)과 사진을 찍으러 왔다는 다음 아고라의 네티즌 1명 등 5명뿐이었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불매운동의 선봉에 섰던 용감무쌍한 네티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농심은 '쓴소리 소비자'를 맞기 위해 며칠 전부터 분주했다.

보다 많은 네티즌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아고라 게시판에 행사를 공지하고 지난 1일부터 시작한 기업 PR광고에도 이런 내용을 담았다.

일명 '쓴소리방' 사이트(www.promise-tree.com)도 마련했다.

참석자가 몰릴 것에 대비해 중강당(120석)과 대강당(500석)까지 개방할 준비를 해놓고 네티즌들을 기다린 게 무색해졌다.

'조촐한' 고객 경청회가 시작되자 이물질 사태에 대한 농심의 입장,네티즌들의 불매운동에 대한 대처 방안 등을 묻는 질문과 회사측 답변이 오갔다.

하지만 정작 '쓴소리'라고 할 만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질문도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회사측은 "들리지 않는 쓴소리도 '찾아서' 들으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이겠다"며 1시간30분 간의 행사를 마쳤다.

사실 농심의 고객 경청회에는 동병상련인 식품ㆍ유통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네티즌들의 광고 중단 압력과 불매운동 여파로 대다수 업체들이 초여름 대목을 놓칠 판이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네티즌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속시원히 들을 수 있기나 하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지금도 일부 네티즌들은 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전화해 업무를 방해하는 '숙제'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열린 공간'이라고 자부하는 인터넷 포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들도 막상 멍석을 깔아주면 '광장'으로 나오길 꺼린다.

컴퓨터 키보드 앞에서만 용감한 '키보드 워리어(warrior)'의 실체를 새삼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다.

김진수 생활경제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