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개혁 목소리 커진다
신흥국의 급성장으로 글로벌 정치.경제 파워가 다극화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선진국 중심으로 짜여진 국제기구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7월3일자)는 "시대가 바뀌고 글로벌 역학관계도 변화하면서 국제기구의 구성과 임무 등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지난 수십년간 지구촌은 부유하고 막강한 서방세계와 '나머지' 개도국으로 양분돼 왔지만 중국 등 동아시아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2025~2030년께엔 세계 4대 경제대국 중 미국을 제외한 3곳(일본 인도 중국)이 모두 아시아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 경제기구는 이미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MF는 지난 4월 경제규모 외환보유액 등의 기준에 따라 의결권과 출자액을 재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 중국 인도 등의 발언권이 커졌다.



그러나 이 두 조직의 더 큰 과제는 각각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IMF는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자금난을 겪는 국가에 최후의 '보루'가 되는 등 많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때 주요 '고객'이자 보유자산 이자수익의 원천이던 개도국들의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면서 운영이 빡빡해졌다.

국제기구 개혁 목소리 커진다
IMF는 특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 때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마지막 자금줄은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점점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는 글로벌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고 기본적인 규칙을 세워줄 수 있는 '세계투자기구(WIO)'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은행은 여전히 개발자금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IMF에 비해선 확실한 임무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과 인도의 아프리카 진출에서 보듯 민간자금이 경쟁적으로 후진국 개발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어 에너지 인프라나 기후변화 프로젝트 등 좀 더 다른 방향의 공공선(善)에 기금을 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회원국들 간 똑같은 대우를 강조하다 보니 제대로 논의가 진전이 안 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라운드는 농업보조금 관세장벽 등을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견 충돌로 협상이 정체 상태에 빠져 있으며,그 사이에 쌍방 간 또는 지역 간 무역협정이 급증하는 추세다.

경제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국가 간 협상을 통한 타협이 가능하지만 정치권력의 지형도를 다시 짜는 것은 훨씬 어렵다.

대표적인 것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다.

예를 들어 브라질 독일 인도 일본 등이 상임이사회 진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최근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지역단위 협의체가 생겨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