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의 급등에 따라 6일 마침내 1단계 고유가 위기관리조치(Contingency Plan)가 발동됐다.

정부는 현재(4일 기준)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배럴당 140.70달러로 애초 1단계 조치의 기준인 배럴당 150달러에 미치지 않았지만 시행을 앞당겼으며 추가 상승도 예상되는 만큼 2단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정부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150달러와 170달러가 될 때로 나눠 2단계 위기관리조치를 시행하며 유가 단계별로 수급 여건을 감안해 모두 4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비상조치는 고유가 1단계에 수급차질이 없는 가장 낮은 수준의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에너지절약이 중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무총리와 민간 유력인사를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관계부처 장관과 학계, 정계, 재계 등 저명인사를 위원으로 하는 '국가에너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만간 발족시키기로 했다.

이 위원회에서는 에너지절약 이행조치 사항을 점검하고 수급동향을 분석하며 공공기관 에너지사용 제한과 민간부문 에너지절약 강제조치 도입 검토 등의 역할을 맡기로 했다.

정부는 민관 합동 비상대책위와 별도로 1단계 비상조치 여건에 이르면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부 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비상조치의 구체적 시행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비상조치는 유가 단계별로는 고유가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 대책의 수준을 달리하고 수급차질 여부에 따라서는 에너지절약 조치의 강제성을 조절키로 했다.

1단계 조치는 공공기관의 승용차 홀짝제, 공공시설물의 경관조명 사용 금지, 일반도로 및 고속도로의 심야시간대 가로등 격등제 등이며 민간 부문에는 자율적 에너지 절약을 권고하고 서울시만 시행하고 있는 승용차 요일제를 전국으로 확대키로 했다.

다만 유가가 현재 상황을 유지하더라도 중동 정세의 악화 등으로 석유수급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정부 비상대책위원회와 별도로 석유 수급의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도 부내 비상대책반을 운영하면서 비축유 방출 등 수급조절에 나선다.

이후 두바이유가 170달러까지 오르면 민간 영역도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강제적 에너지절약 조치를 시행하고 휘발유와 경유, LPG 등에 대한 유류세 인하, 중소기업 자금 지원 등 추가적인 민생안정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유가가 170달러에 이르고 수급차질도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민간에 대한 에너지절약 강제조치가 시행되고 비축유 방출과 전력 제한송전, 석유배급제 등 과거 오일쇼크 때나 볼 수 있었던 강도 높은 대책이 검토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지난 1,2차 오일쇼크나 걸프전 당시와 달리 현재 고유가 상황이 수급차질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상조치는 주로 에너지절약에 초점을 맞춰놓고 있다.

석유제품의 가격인상을 제한하는 최고가격제 등은 이번 상황에서는 실행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는 과거 오일쇼크 때와 달리 수급의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수요증가 때문"이라며 "만약 수급에 차질이 일어날 때 비축유 방출이나 공급제한 조치를 준비했지만 현재 수급차질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단계 비상조치의 기준인 두바이유 170달러는 지난달 8일 발표한 고유가 대책에서 대중교통과 물류 유가환급금이 상한액(ℓ당 476원)에 도달한 시점에서 추정한 유가다.

아울러 정부는 고유가 상황이 구조적 문제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비상조치 외에도 하반기 중으로 에너지사용의 효율화와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발전 등 에너지원별 적정비중 설정 등을 포함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에너지저소비형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 고효율 기기의 설치와 개발에 대한 지원, 승용차 자율운행 제한제 확대, 자전거 이용 확대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