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쉿! 흙탕물부터 가라앉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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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 <논설위원ㆍ경제교육연구소장>
개각이 단행되었다.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이명박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정도였으니 장관 세 명 교체하는 것으로 반대파들은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 상황이 외환위기를 방불케 한다는 수식어를 달아야 할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으니 경제장관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애써 자위해 보라.장관 자리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았나.
대중 민주주의 시대에 장관 목숨은 파리처럼 가볍게 날아올랐다가 순식간의 칼질로 역시 가볍게 떨어질 뿐이다.
그러니 혹여 '이번에 장관 자리 좀 맡아달라'는 대통령의 전화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던 분들도 실망할 까닭은 없다.
목은 또 멀지않아 낙옆처럼 떨어질 테니.
그러나 경제장관 갈아치운다고 국제 유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물가가 하락하지도 않을 것이다.
극성을 부리는 환투기가 순치되지도 않을 것이다.
일자리가 늘어나지도,비정규직이 해소되지도,기업들의 투자 환경이 호전되지도,임금이 신속하게 올라가지도,국제수지가 흑자로 돌아서지도,주가가 다시 춤을 추지도,부동산 가격이 올라가지도, 또 그것 때문에 내려가지도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고 입김을 불면 작은 종잇조각이 장미가 되고 파랑새가 되어 날아가는 그런 기적은 어느 때고 있어본 적이 없다.
정부에 대해 모두를 한꺼번에 해내라고 투정을 부려보았자 달라질 것은 없다.
아니 국민 모두가 떼를 지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로 들고 정부가 그 모순적인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로 작정하는 순간 경제는 끝장이다.
자유 시장경제란 원자적 개인들이 각축하는 시장에서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일 뿐 길거리에서 집단으로 세력전을 벌이면서 모든 자를 만족시키는 해법을 찾기란 원리상 불가능하다.
민노총이 불법 파업을 벌이면서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없고,임금을 올리면서 동시에 물가 안정을 기할 수 없고,수입도 싸게 하고 수출도 늘리는 그런 마방진의 해법은 존재해 본 적도 가능하지도 않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 값을 낮게 유지하면서 자원대책을 세울 수는 없고 중산층의 자산 가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도 없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으면서 동시에 경제를 활력있게 만들 수도,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동시에 주가도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그러나 바로 그 파랑새를 고대하면서 모두가 저마다의 이익만을 채우려고 총을 난사하기 시작하면 이명박 정부 아닌 그 어떤 정부라도 유혈은 낭자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경제학자들조차 저마다의 해법을 들고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으니 강만수 아니라 강억수라도 역시 견뎌낼 재간이 없다.
기름 값 잡으라고 쏘아대고 환율 내리라고 쏘아대고 물가도 잡으라고 쏘아대고 성장률도 올리라고,이 모순적인 목표들을 다 만들어 내라고 쏘아대면 아무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대중의 폭력에 굴복하고 좌파를 정당화하고 경제정책을 대중의 시녀로 만들 뿐이다.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걸고 넘어지는 이 같은 버릇이 물론 하루이틀된 질병은 아니다.
리더십에 관한 책만도 무려 3만권을 찍어낸 나라가 한국이다.
국민 모두가 오로지 리더가 되기로만 작정하는 형국이니 선량한 시민이며 팔로워(follower)는 누가 할 것이며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번에도 바보가 되고 만다.
차라리 당분간은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날뛰는 아큐처럼 굴지는 말기로 작심하자.오로지 목청의 크기로 정책을 다투는 이 무정부 상태에서 더 이상 무슨 비평의 칼날을 세운다는 말인가.
부디 흙탕물이 가라앉아 법치의 질서부터 회복되기를 기다리자.백화제방은,지금으로서는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jkj@hankyung.com
개각이 단행되었다.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이명박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정도였으니 장관 세 명 교체하는 것으로 반대파들은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 상황이 외환위기를 방불케 한다는 수식어를 달아야 할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으니 경제장관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애써 자위해 보라.장관 자리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았나.
대중 민주주의 시대에 장관 목숨은 파리처럼 가볍게 날아올랐다가 순식간의 칼질로 역시 가볍게 떨어질 뿐이다.
그러니 혹여 '이번에 장관 자리 좀 맡아달라'는 대통령의 전화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던 분들도 실망할 까닭은 없다.
목은 또 멀지않아 낙옆처럼 떨어질 테니.
그러나 경제장관 갈아치운다고 국제 유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물가가 하락하지도 않을 것이다.
극성을 부리는 환투기가 순치되지도 않을 것이다.
일자리가 늘어나지도,비정규직이 해소되지도,기업들의 투자 환경이 호전되지도,임금이 신속하게 올라가지도,국제수지가 흑자로 돌아서지도,주가가 다시 춤을 추지도,부동산 가격이 올라가지도, 또 그것 때문에 내려가지도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고 입김을 불면 작은 종잇조각이 장미가 되고 파랑새가 되어 날아가는 그런 기적은 어느 때고 있어본 적이 없다.
정부에 대해 모두를 한꺼번에 해내라고 투정을 부려보았자 달라질 것은 없다.
아니 국민 모두가 떼를 지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로 들고 정부가 그 모순적인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로 작정하는 순간 경제는 끝장이다.
자유 시장경제란 원자적 개인들이 각축하는 시장에서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일 뿐 길거리에서 집단으로 세력전을 벌이면서 모든 자를 만족시키는 해법을 찾기란 원리상 불가능하다.
민노총이 불법 파업을 벌이면서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없고,임금을 올리면서 동시에 물가 안정을 기할 수 없고,수입도 싸게 하고 수출도 늘리는 그런 마방진의 해법은 존재해 본 적도 가능하지도 않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 값을 낮게 유지하면서 자원대책을 세울 수는 없고 중산층의 자산 가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도 없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으면서 동시에 경제를 활력있게 만들 수도,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동시에 주가도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그러나 바로 그 파랑새를 고대하면서 모두가 저마다의 이익만을 채우려고 총을 난사하기 시작하면 이명박 정부 아닌 그 어떤 정부라도 유혈은 낭자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경제학자들조차 저마다의 해법을 들고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으니 강만수 아니라 강억수라도 역시 견뎌낼 재간이 없다.
기름 값 잡으라고 쏘아대고 환율 내리라고 쏘아대고 물가도 잡으라고 쏘아대고 성장률도 올리라고,이 모순적인 목표들을 다 만들어 내라고 쏘아대면 아무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대중의 폭력에 굴복하고 좌파를 정당화하고 경제정책을 대중의 시녀로 만들 뿐이다.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걸고 넘어지는 이 같은 버릇이 물론 하루이틀된 질병은 아니다.
리더십에 관한 책만도 무려 3만권을 찍어낸 나라가 한국이다.
국민 모두가 오로지 리더가 되기로만 작정하는 형국이니 선량한 시민이며 팔로워(follower)는 누가 할 것이며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번에도 바보가 되고 만다.
차라리 당분간은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날뛰는 아큐처럼 굴지는 말기로 작심하자.오로지 목청의 크기로 정책을 다투는 이 무정부 상태에서 더 이상 무슨 비평의 칼날을 세운다는 말인가.
부디 흙탕물이 가라앉아 법치의 질서부터 회복되기를 기다리자.백화제방은,지금으로서는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