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22일째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신영증권이 8일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김지희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증시 불안과 함께 이머징 마켓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도 강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외국인은 지난 2006년 이후 코스피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소 약화됐다가 최근 다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근래 외국인 매도는 차익실현, 밸류에이션 부담, 포트폴리오 조정, 환율변화, 이머징 전반적인 매도 등에 따른 것으로 김 애널리스트는 파악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은 지난 2003년 6월부터 매수를 본격화한 뒤, 지난 2006년 5월 이후부터 빠르게 매도로 돌아섰는데, 이 기간에 코스피 지수가 118% 상승했고, 지수가 2000선을 넘은 2007년 10월말까지는 217%나 올랐다고 설명했다. 즉, 일정 수준 이상의 목표 수익을 달성한 상황이라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에 나섰다는 것.

밸류에이션 면에서 외국인들은 증시의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이 10배를 넘어설 때마다 매도에 나서는 모습이었는데, 최근에는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거나, 밸류에이션이 높더라도 성장성이 부각되는 다른 이머징 국가로 이동하는 모습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기업이익은 더 이상 지난 2002년이나 2003년 같은 고성장이 나타나지 않을 전망인데, 증시가 어느 정도 오른 상태라면 외국인은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환율 면에서도 달러 가치 하락국면에서는 원화 보유시 환차익을 볼 수 있어서 우리 증시에 남아 있었지만, 최근 변동성이 확대되고,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상황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매도는 한국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머징 국가 전반적인 현상이라는 점도 중요하다고 봤다.

올 들어 외국인들은 한국시장뿐 아니라 이머징 국가에서 전반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금융주를 중심으로 한 신용 위기와 고유가, 고물가에 따른 이머징 마켓의 펀더멘털 약화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의 해외투자 가운데 이머징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6월말 기준 11.4%까지 늘어나며 선진시장 대비 확대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현재의 외국인 매도는 결국 그 동안 비중을 키웠던 이머징 증시에서 자금을 빼는 것이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렇게 나온 자금은 상품시장으로 가거나 그대로 현금으로 유지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김 애널리스트는 유가나 환율, 글로벌 경기 불안이 지속된다면 외국인들의 매도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그 동안 매도 강도가 거셌던 만큼 매도 규모는 다소 약화될 수는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김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도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다”는 시각이다. 이는 한국증시가 선진화하는 단계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고, 투자자금의 성격 또한 이머징 중심의 단기 투자자금이 장기적인 펀더멘털에 근거한 투자자금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