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서부극…광대한 스케일·스릴 만점
"한국 오락영화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입니다."
'장화,홍련'과 '달콤한 인생'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용산CGV에서 열린 신작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놈.놈.놈)의 첫 공식 시사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대로 영화는 독특한 소재와 땀 냄새 짙은 액션,광대한 스케일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놈.놈.놈'은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의 5배나 많은 175억원을 투입,중국 고비사막 일대에서 로케이션 촬영한 대작 영화.100여필의 말,200여정의 앤티크 총기,1000여명의 한·중 스태프가 동원돼 대규모 세트장에서 일반 영화제작 기간의 3배 수준인 9개월간이나 촬영에 몰두했다.
무엇보다 한국 영화로는 처음 나온 본격 '서부극'이다.
'스파게티 웨스턴'(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전개하는 피범벅 서부극)의 걸작으로 꼽히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원제는 The Good,The Bad & The Ugly)를 한국식으로 리메이크한 것.드넓은 평원에서 총싸움을 벌이는 서부극의 명장면이 1930년대 무정부 상태의 만주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현상금 사냥꾼(정우성)과 킬러(이병헌),열차털이범(송강호) 등 세 주인공은 '좋은 놈' '나쁜 놈''이상한 놈' 역할을 맡아 각각 보물지도를 차지하기 위해 오토바이와 말,지프를 타고 총격전을 벌이며 색다른 모험극을 펼친다.
세 주인공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것 같지만 실상은 탐욕을 추구하는 악당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정우성은 현상금을 올리기 위해 수배범을 잡았다가 놔주는 인물.이병헌은 최고의 킬러란 명성을 위해 적들을 제거하며,송강호는 돈벌이를 위해 열차강도짓을 저지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메시지나 플롯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영화적인 스타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원작의 유명한 마지막 결투신을 그대로 재현한 게 대표적이다.
세 주인공의 눈동자를 익스트림클로즈업(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포착하고 연속적으로 점차 빨리 보여주면서 결투 순간으로 이끌어간다.
서부극답게 끊임없이 전개되는 총싸움 장면도 호쾌하다.
자동권총,소총,기관총이 뿜어대는 총탄 세례는 숨막히는 전율을 선사한다.
오토바이와 말이 달리고,장갑차와 지프가 추격하는 질주신도 볼 만하다.
'조로'처럼 줄타기 곡예를 하는 정우성의 액션,능수능란한 이병헌의 총칼 다루는 솜씨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송강호의 유머는 원작을 능가하는 부분이다.
진지한 드라마였더라면 그는 일찌감치 죽어야할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도 거침없다.
때로는 잘 짜여진 슬랩스틱같은 동작으로,때로는 익살스런 표정으로,자칫 건조해질 뻔한 화면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석양의 무법자'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반영웅(악당영웅)의 표상이었다면 여기서는 송강호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장영규와 달파란의 공동 음악은 화려한 영상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17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