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업의 경쟁력은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합니다."

국내 금융회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위기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동북아 금융허브를 적극 추구하고 금융업종 간 장벽을 허무는 규제 완화를 진행해왔으나 국내 금융업의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열세에 놓여 있다는 비관적인 인식이 팽배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34개 금융회사업 CEO를 대상으로 실시해 8일 발표한 '우리나라 금융기관 CEO가 바라는 금융의 미래 조사'에 따르면 CEO들은 선진국 금융산업의 수준을 100점이라고 했을 때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62.4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업종별로는 은행이 67점으로 그나마 가장 높았고 보험 63.6점,여신전문회사 62.8점,증권사 61.6점에 그쳤다.

올해 정부가 적극 추진해야 할 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과반수가 '과감한 금융 규제 혁파 등 제도 선진화'(59.0%)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내 제조업에 비해 금융업이 낙후된 주 원인이 정부 규제에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우세했다.

이 밖에 '민영화를 포함한 글로벌 금융투자사 출현 기반 마련'(13.4%),'금융회사의 건전성.효율성 제고'(11.9%)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왔다.

구체적인 규제 개혁 과제에 대해서는 '상품 개발 등에 관한 금융회사의 자율성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58.1%로 가장 많았다.

금융상품조차 독자적으로 만들 수 없을 만큼 감독당국의 규제가 까다롭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의 진입규제 완화'(18.7%)와 '사전적.획일적 은행 소유규제 완화'(14.2%)도 시급한 정책 과제로 꼽혔다.

향후 국내 금융산업에 나타날 변화로는 금융업 간 겸영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34.0%)이 많았다.

다음으로는 '산업 및 금융자본 등 결합에 따른 시너지 극대화'(31.0%),'직.간접 통합 금융 서비스 확산'(15.7%) 등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을 합쳐 초대형 금융지주회사를 만드는 '메가뱅크' 구상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의견이 86.6%로 압도적이었다.

메가뱅크에 찬성하는 이유로 '글로벌 투자은행 탄생'(59.0%),'정부 개입 축소'(20.1%),'수익성 및 서비스 개선'(7.5%) 등을 꼽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혁신을 통해 국내 금융회사의 대형화와 업종 간 겸업 확대를 뒷받침해야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금융계 CEO들의 공통된 생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