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에밀리오 보틴 산탄데르 회장은 같은 스페인의 바네스토은행 경매를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당시 부실 누적으로 감독당국이 경매에 부친 바네스토는 스페인 최대 은행으로 인수할 경우 산탄데르는 국내 5위에서 시장 지배자로 도약할 수 있었다.

산탄데르의 이사회는 연일 입찰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사회를 중단시킨 보틴 회장은 과감히 20억달러를 써냈고 인수에 성공했다.

2위보다 2배 가까이 많은 돈이었지만 보틴 회장은 "바네스토는 도약의 기회다.

두고보라"고 장담했다.

예언은 맞아들어갔다.

바네스토 인수로 스페인 시장을 석권한 산탄데르는 1999년 BCH 합병→2004년 영국 애비 인수→2007년 ABN암로 공동 인수 등을 거쳐 단기간에 세계 6위(시가총액 기준)로 부상했다.

보틴의 오너십은 신속했고 과감했다.

애비를 인수할 때는 경쟁자인 영국 HBOS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첫 제안부터 인수까지 109일 만에 끝냈다.

피터 그레이프 산탄데르 홍보부장은 "오너가 있다보니 지시된 내용이 곧바로 실행되는 강력한 기업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보틴 집안은 1857년 설립된 산탄데르의 회장직을 1920년부터 맡아왔다.

1986년 취임한 보틴 회장은 M&A 외에도 1989년 첫 고금리 예금계좌,1993년 저금리 모기지를 선보이는 등 혁신을 거듭,스페인 은행업계를 치열한 영업 경쟁 속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이 같은 절대적 리더십엔 그늘도 있다.

은행이 커지며 현재 보틴 집안의 지분율은 2.5%에 불과하다.

그러나 보틴 회장(74)의 후계자로 바니프(산탄데르 산하의 PB 은행)를 맡고 있는 딸 애나 패트리시아가 부상하면서 일부 비난을 받고 있다.

애비 인수 당시에도 영국 언론은 산탄데르가 왕조적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