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현재의 실적에 안주하지 말고 사업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하반기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LG그룹의 상반기 실적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율 수혜를 감안할 때 만족할 수준이 못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계열사 CEO와 고위 임원 300여명이 참여했다.

증권가에서는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지난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8000억원,LG디스플레이는 9000억원 수준의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두 회사는 지난 1분기 각각 6053억원과 88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바 있다.

깜짝 실적에도 불구,구 회장이 '쓴 소리'를 앞세운 것은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자세로 정신무장을 새롭게 하라는 당부로 풀이된다.

LG그룹 관계자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하반기에도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철저한 미래 준비를 강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구 회장은 계열사 CEO들과 경기침체,고유가,원자재 가격 급등,환율 불안정 등 대외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대비책에 대해 논의했다.

구 회장은 "하반기에는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경영진의 통찰력과 실행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사업전략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주요 계열사들의 중장기 전략을 살펴보면 대부분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고객을 위한 가치창출 준비가 소홀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적극적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만한 신사업을 모색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 LG그룹 측의 설명이다.

구 회장의 이번 발언은 6월 한 달 동안 20여개 계열사 고위 임원들과 만나 하반기 및 중장기 사업전략을 점검한 뒤 나온 것이어서 향후 LG그룹 계열사들의 행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진에 대한 격려의 발언도 나왔다.

구 회장은 임원세미나를 정리하며 "여름 휴가를 재충전의 기회로 삼아 하반기에는 보다 활기찬 모습으로 정진하자"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