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이 취임 4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죄명'은 두 가지다.환율을 끌어올린 죄에 끌어내린 죄까지 추가됐다. 달러당 930원대에 있던 환율을 한 달만에 1050원까지 끌어올리는 고환율정책으로 '물가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것이 첫번째이고, 유가가 급등하자 뒤늦게 다시 끌어내리다가 '외환보유액을 낭비'했다는 게 두 번째라고 한다.

경질 후 뒤끝이 개운치 않다는 점은 더욱 불명예다.'대리 경질'이니 '강만수 일병 구하기'니 하는 비아냥이 쏟아지면서 '공직스승'이라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장이 몹시 난처해졌다. 경질 뉴스 앞에서도 "강 장관이 남는다면 웃으면서 죽겠다"고 했던 그에게 지금의 상황은 참으로 감당키 어려워 보인다.

외환시장에서 '최틀러'로 불리는 최 차관의 죄목을 다시 돌아본다.환율을 올린 죄와 내린 죄! 최 차관은 여전히 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 이임식에서까지 "정책이 생산되고 효과를 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시간을 주시고 그 다음에 엄정한 평가를 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읍소했다.

그는 이렇게 항변한다.

환율이 930원에서 1050원으로 급등한 것이 조작이었다면 왜 이젠 환율을 내리려 해도 내려가지 않는 것일까. 환율이 올라가는 동안 대규모 개입은 달러 매도개입(원화환율하락 유도)만 있었고, 매수개입은 한번도 없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1050원이 적정 환율대였고,930원이 왜곡이었다면 무슨 죄를 물을 수 있는 것일까.

항변의 목소리는 그러나 전파되지 않았다. 치솟는 국제유가와 살인적인 물가, 날로 힘들어져가는 서민생활에 악화되기만 하는 경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대통령까지 미워지는 상황에서 '잘잘못을 따져보자'는 호소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합리적인 토론보다는 험담과 욕설이 더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자리를 잡고있는 탓이다.

뜻 모를 미소를 남긴채 총총히 걸어가는 최 차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언젠가는 차분히 그의 공과를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김인식 경제부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