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40일간 공전하던 국회를 11일 정상화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고유가ㆍ고물가에 따른 서민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민생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이에 따라 고유가 민생종합대책 등 각종 민생법안들이 조만간 국회를 통과,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문제와 원구성 협상 등 풀어야 할 난제도 많아 경색된 정국이 쉽게 풀릴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사실상 '백기투항'

양당 간의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표면적으로는 민주당의 요구를 한나라당이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했지만 내용상으로는 민주당의 '백기투항'에 가깝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당이 국회 등원 조건으로 내걸었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와 척수,내장 등 SRM(특정위험물질)의 수입금지 명문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야는 대신 '국민적 요구와 국익을 반영한다'는 양측의 입장을 모두 담은 다소 추상적인 개정 원칙에 합의했다.

가축법 개정안 특위를 구성하고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기로 했지만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적다는 점에서도 민주당이 양보를 이끌어냈다고 보긴 힘들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친박무소속까지 범여권이 180여개에 달하는 의석을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국회 정상화에 전격 합의한 건 당 안팎의 정치적 환경이 더이상 장외투쟁에 유리하지 않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야3당 공조 체제를 유지해온 자유선진당이 7일 '10일 등원 강행' 방침을 밝힌 게 결정적이었다.

또 종교계가 일단 후퇴하고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평일 집회를 유보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장외투쟁의 동력으로 삼아온 촛불이 꺼지기 시작했다는 점도 등원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양당 모두 새 대표 체제가 들어서 '해빙 무드'도 고조됐다.

◆산 넘어 산,원구성협상

우여곡절 끝에 개원에는 합의했지만 국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해 민생현안에 집중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원 구성 협상이 최대 고비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상임위 구성을 새로 해야 하지만 여야간 이견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법사위 등 핵심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이 원래 야당 몫이었다는 점에서 그대로 넘겨받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법안이 3개월간 법사위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올라가도록 하는 등 법사위의 권한과 기능을 조정한 뒤 양보하겠다는 구상이어서 절충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원 구성 협상과 국정조사,7ㆍ7 개각에 따른 장관 인사청문회 등은 가급적 빨리 마무리하고 민생현안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와 여당이 마련한 고유가 민생대책과 휴대전화 사용료인하,미분양주택 해소 방안 등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해 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유창재/노경목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