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에너지 정치학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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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치학의 역설'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의 공동선언이 꼭 그 짝이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장기 목표의 공유를 지향한다고 하면서도,온실가스의 주요 원인인 화석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가격안정을 위해 산유국에 증산과 생산능력 확충을 요구했다.
저유가 때는 저유가라서 그렇고,고유가가 도래하면 당장 증산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하니 이래저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말이 공동선언이지 선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냉소적 비판도 상당하다.
어떻게 보면 G8이 전 세계에 대해 일치된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이미 그 내부에서 각자의 계산이 다른 탓이다.
여기에서도 역설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중국 등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선진국만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박한다.
그 자체로는 분명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당장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점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미국은 중국 핑계를 대고 있고,중국은 그런 미국 때문에 득을 보고 있는 꼴이니 희한한 동맹(?)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만이라도 솔선수범하자는 유럽과 일본도 따지고 보면 다를 게 없다.
이들 국가들만이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차원의 문제에 헌신하려 한다고 생각하기에는 주판알 다 튕겨서 나온 경제적 계산표가 엄연히 따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유선물시장의 투기자금 규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원유가 급등의 주요인으로 국제투기자금을 빼놓기 어렵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도 G8 정상들은 선물시장의 투명성을 한층 제고토록 한다는, 정말 하나마나 한 선언을 내놓는 데 그치고 말았다.
그 이유가 원유선물시장이 발달한 미국과 영국 때문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선물시장에서 상당한 상품을 다루는 이들 국가의 금융회사들이 마치 경쟁하듯이 고유가 예측을 내놓으며 이익을 챙긴다는 의구심을 솔직히 지우기 어렵다.
고유가를 걱정하는 정상들 뒤엔 또 다른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역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고유가를 걱정하면서도 나름대로 믿는 구석들이 있는 국가들이다.
프랑스는 화석연료가 너무 비싸진 이 시대에 오히려 '새로운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다.
바로 자신들의 강점인 원자력발전을 믿고 하는 말이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연합에 비해서는 2배, 중국과 인도에 비해서는 무려 8배에 달할 정도로 에너지 효율에 관한한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한다.
독일은 신재생,대체에너지에서 앞서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 G8 정상회의에 초청된 브라질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에탄올 사용을 통해 고유가 무풍지대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모두 1,2차 오일쇼크 때부터 시작해 거의 30년된 노력의 결실들이다.
심지어 에너지 소비 주도국이라는 중국도 주요 석탄단지에 메탄올 추출 공장을 짓고,원전 건설에 나서는 등 에너지 자립을 외치고 있다.
미국도 '에너지 독립 및 안보에 관한 법'이 말해주듯 맘만 먹으면 에너지 독립이 가능한 나라다.
우리나라가 비빌 언덕은 과연 어디인가.
안현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의 공동선언이 꼭 그 짝이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장기 목표의 공유를 지향한다고 하면서도,온실가스의 주요 원인인 화석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가격안정을 위해 산유국에 증산과 생산능력 확충을 요구했다.
저유가 때는 저유가라서 그렇고,고유가가 도래하면 당장 증산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하니 이래저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말이 공동선언이지 선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냉소적 비판도 상당하다.
어떻게 보면 G8이 전 세계에 대해 일치된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이미 그 내부에서 각자의 계산이 다른 탓이다.
여기에서도 역설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중국 등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선진국만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박한다.
그 자체로는 분명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당장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점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미국은 중국 핑계를 대고 있고,중국은 그런 미국 때문에 득을 보고 있는 꼴이니 희한한 동맹(?)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만이라도 솔선수범하자는 유럽과 일본도 따지고 보면 다를 게 없다.
이들 국가들만이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차원의 문제에 헌신하려 한다고 생각하기에는 주판알 다 튕겨서 나온 경제적 계산표가 엄연히 따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유선물시장의 투기자금 규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원유가 급등의 주요인으로 국제투기자금을 빼놓기 어렵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도 G8 정상들은 선물시장의 투명성을 한층 제고토록 한다는, 정말 하나마나 한 선언을 내놓는 데 그치고 말았다.
그 이유가 원유선물시장이 발달한 미국과 영국 때문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선물시장에서 상당한 상품을 다루는 이들 국가의 금융회사들이 마치 경쟁하듯이 고유가 예측을 내놓으며 이익을 챙긴다는 의구심을 솔직히 지우기 어렵다.
고유가를 걱정하는 정상들 뒤엔 또 다른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역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고유가를 걱정하면서도 나름대로 믿는 구석들이 있는 국가들이다.
프랑스는 화석연료가 너무 비싸진 이 시대에 오히려 '새로운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다.
바로 자신들의 강점인 원자력발전을 믿고 하는 말이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연합에 비해서는 2배, 중국과 인도에 비해서는 무려 8배에 달할 정도로 에너지 효율에 관한한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한다.
독일은 신재생,대체에너지에서 앞서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 G8 정상회의에 초청된 브라질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에탄올 사용을 통해 고유가 무풍지대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모두 1,2차 오일쇼크 때부터 시작해 거의 30년된 노력의 결실들이다.
심지어 에너지 소비 주도국이라는 중국도 주요 석탄단지에 메탄올 추출 공장을 짓고,원전 건설에 나서는 등 에너지 자립을 외치고 있다.
미국도 '에너지 독립 및 안보에 관한 법'이 말해주듯 맘만 먹으면 에너지 독립이 가능한 나라다.
우리나라가 비빌 언덕은 과연 어디인가.
안현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