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의 32년 숙원이 이번엔 이뤄질까.

내부 출신 은행장의 탄생 여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수출입은행은 1976년 외환은행의 수출입금융 업무가 분리돼 설립된 이후 단 한 번도 내부에서 은행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반면 같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2명,기업은행은 1명을 배출했다.

수은 임직원들은 이번이야말로 한(恨)을 풀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수은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0일 김진호 수은 전 전무와 진동수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김우석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을 행장 후보로 선정했는데,이 중 김 전 전무와 진 전 차관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2명의 후보에 대해 인사 검증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별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은 임직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민간 출신들을 중용한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전 전무가 홍보실장,경협기금부장,기획부장,해외경제연구소장 등을 거쳐 내부 사정에 해박하고 경영 공백이 없으며,노조가 공개 지지를 선언할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재정부의 분위기가 당초 중립적인 입장에서 진 전 차관을 우선 순위로 미는 쪽으로 바뀐 것으로 전해져 수은 임직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진 전 차관은 재경부 해외투자과장,산업금융과장을 거쳐 세계은행(IBRD) 대리이사,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제2차관 등을 지낸 국제 업무통이다.

은행 안팎에서는 외부의 영향력있는 인사가 최고경영자(CEO)로 오는 것이 정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은행 발전에 더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