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퇴임하는 이원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누명 씌울뻔한 일 못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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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과학화는 증거 능력이 그만큼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면 범행을 부인하던 범인들도 꼼짝없이 자백하게 마련입니다."
10일 퇴임하는 이원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은 "과학수사는 국민의 인권과 직결돼 있으며 범죄가 지능화될수록 과학수사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소장은 1988년부터 21년 동안 국과수에 몸담으면서 4000여건의 부검을 수행,각종 강력사건 해결에 큰 공을 세웠다.
그래서 늘상 한국판 'CSI의 대부'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그가 발표한 법의학 관련 논문도 100여편에 이른다.
이 소장은 1990년대 초 억울한 살인 누명을 씌울 뻔했던 '김모 순경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피해자의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한 뒤 김 순경의 애인이 김 순경과 같이 있었던 시간에 살해당했다는 소견서를 경찰에 전달했다.
다행히 곧 진범이 잡혀 김 순경이 누명을 벗게 됐지만 이 소장은 아직까지도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그는 "위에 남아 있는 음식물로도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하는데 사람마다 소화 능력이 다르고 토하기도 하는 등의 변수가 있다"며 "이같이 과학적인 일반화에는 항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과학을 바탕으로 철저히 증거물을 감정하면서도 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지만 후배 연구원들에겐 "과학의 한계를 인식하고 겸손한 자세를 지키라"고 강조해 왔다.
그는 소장으로 재임하던 3년 동안 국과수에 긴급감정팀 현장대응팀 등을 설치해 현장 중심의 과학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원들이 현장을 봐야만 정확한 감정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또 재임기간에 과장이 되면 정년까지 행정업무만 하게 되고 연구라는 본분에서 멀어지는 기존의 인사제도를 깨고 순환보직제도를 도입했다.
과장들도 다시 연구원으로 돌아가 과학자로서의 직분을 수행하도록 한 것.
경기고와 한양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 소장은 군의관 시절 고교 선배였던 당시 국과수 소장의 권유로 '뭣도 모르고' 이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는 "최근 발생하는 범죄들은 훨씬 복잡하고 치밀하게 변모하고 있다"면서 "은퇴 이후 법의학 발전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면 범행을 부인하던 범인들도 꼼짝없이 자백하게 마련입니다."
10일 퇴임하는 이원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은 "과학수사는 국민의 인권과 직결돼 있으며 범죄가 지능화될수록 과학수사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소장은 1988년부터 21년 동안 국과수에 몸담으면서 4000여건의 부검을 수행,각종 강력사건 해결에 큰 공을 세웠다.
그래서 늘상 한국판 'CSI의 대부'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그가 발표한 법의학 관련 논문도 100여편에 이른다.
이 소장은 1990년대 초 억울한 살인 누명을 씌울 뻔했던 '김모 순경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피해자의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한 뒤 김 순경의 애인이 김 순경과 같이 있었던 시간에 살해당했다는 소견서를 경찰에 전달했다.
다행히 곧 진범이 잡혀 김 순경이 누명을 벗게 됐지만 이 소장은 아직까지도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그는 "위에 남아 있는 음식물로도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하는데 사람마다 소화 능력이 다르고 토하기도 하는 등의 변수가 있다"며 "이같이 과학적인 일반화에는 항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과학을 바탕으로 철저히 증거물을 감정하면서도 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지만 후배 연구원들에겐 "과학의 한계를 인식하고 겸손한 자세를 지키라"고 강조해 왔다.
그는 소장으로 재임하던 3년 동안 국과수에 긴급감정팀 현장대응팀 등을 설치해 현장 중심의 과학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원들이 현장을 봐야만 정확한 감정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또 재임기간에 과장이 되면 정년까지 행정업무만 하게 되고 연구라는 본분에서 멀어지는 기존의 인사제도를 깨고 순환보직제도를 도입했다.
과장들도 다시 연구원으로 돌아가 과학자로서의 직분을 수행하도록 한 것.
경기고와 한양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 소장은 군의관 시절 고교 선배였던 당시 국과수 소장의 권유로 '뭣도 모르고' 이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는 "최근 발생하는 범죄들은 훨씬 복잡하고 치밀하게 변모하고 있다"면서 "은퇴 이후 법의학 발전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