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 하반기 약 40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공기업의 달러화 해외 차입 계획을 가급적 승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달러로 빌려와 서울 외환시장에 풀면 원ㆍ달러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현재 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한국수력원자력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 5개 인프라 관련 공기업이 정부에 차입 계획을 제출했는데 대부분 승인해 줄 계획"이라며 "이런 식으로 유입되는 달러화가 올 하반기에 약 40억달러 규모로 예상된다"고 9일 밝혔다.

공기업은 해외 차입시 재정부와 사전 협의를 하게 돼 있는데 재무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면 모두 수용하겠다는 뜻이다.지난해 2월 정부는 공기업을 상대로 '해외 차입 자제 권고'를 내렸다.당시에는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 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이후 공기업은 사실상 해외에서 달러화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정부가 한국은행과 공조해 외환보유액을 풀어서라도 환율 상승을 막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까지 한 상황이다.이번에 제한이 풀리면 비교적 신용도가 높은 공기업이 SOC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싼 이자로 달러를 빌려와 국내 외환시장에서 환전해 쓰도록 하면 정부 개입 없이도 원ㆍ달러 환율을 하향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부는 향후 공기업의 해외 차입이 실제 이뤄질 때 통화 스와프(맞교환) 등 환 헤지(위험 회피) 의무도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과거에는 환 헤지를 유도해 달러화 공급 효과를 일부라도 중화시키려 애썼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 국장은 이와 더불어 "한국전력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달러화를 필요로 하는 공기업이 서울 환시에서 조달하는 대신 해외 차입을 하겠다는 요청이 들어오면 이 역시 승인하겠다"고 덧붙였다.공기업을 통한 달러화 공급 촉진뿐만 아니라 수요 압력까지 미리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