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스페인 은행이 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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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변방인 데다 글로벌 기업도 하나 없는 스페인이 어떻게 세계 15위권 은행을 두 개씩이나 갖고 있을까요?"
산탄데르은행 취재를 위해 만난 호세 마누엘 발레라 부행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스페인은 경제규모가 우리와 비슷하지만 세계 6위(시가총액 기준)인 산탄데르 외에도 세계 15위권 은행인 BBVA가 있다.
발레라 부행장은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번째는 감독기관이다.
스페인 감독당국은 1980년대부터 규제 개혁을 통해 금융회사의 대형화를 유도했다고 한다.
1994년 EU(유럽연합) 출범을 앞두고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은행이 2000여개에 달하고 '빅세븐'이라고 불린 7개의 고만고만한 은행이 시장의 30%가량을 나눠먹던 후진적인 시장을 가만놔뒀다가는 영국 등 다른 선진 금융회사에 먹힐 것이란 우려에서였다.
모든 업종 간 벽을 허물어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고 대형화를 유도했다.
부실이 발생하면 가차없이 정리해 경매를 통해 투명하게 매각했다.
스페인의 두 강자는 여기서 나왔다.
1989년 당시 5위권이던 산탄데르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비슷한 '고금리 계좌'를 처음 내놔 금융계를 발칵 뒤집었다.
그리고 이후 격화된 경쟁에서 밀려난 최대 은행 바네스토는 산탄데르에 인수됐고 몸집을 키운 산탄데르는 남미 정복에 나섰다.
이 산탄데르의 유일한 맞수가 BBVA였다.
원래 산탄데르보다 컸던 BBVA는 산탄데르가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할 때마다 비슷한 규모의 M&A를 단행,산탄데르를 따라잡았다.
발레라 부행장이 말한 두번째 이유는 "제대로 된 스페인 기업이 없어서"였다.
즉 해외에 나갈 때 편안히 기댈 구석이 없다보니 현지화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택한 현지화 전략이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착잡해졌다.
현지화에 실패한 한국의 은행들과 그런 은행들이 해외 진출에 나설 때 모든 것을 간섭하는 등 근시안적 시각을 가졌던 한국의 감독당국이 생각나서다.
은행과 감독당국이 함께 머리를 맞대 스페인의 사례를 연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드리드(스페인)=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산탄데르은행 취재를 위해 만난 호세 마누엘 발레라 부행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스페인은 경제규모가 우리와 비슷하지만 세계 6위(시가총액 기준)인 산탄데르 외에도 세계 15위권 은행인 BBVA가 있다.
발레라 부행장은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번째는 감독기관이다.
스페인 감독당국은 1980년대부터 규제 개혁을 통해 금융회사의 대형화를 유도했다고 한다.
1994년 EU(유럽연합) 출범을 앞두고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은행이 2000여개에 달하고 '빅세븐'이라고 불린 7개의 고만고만한 은행이 시장의 30%가량을 나눠먹던 후진적인 시장을 가만놔뒀다가는 영국 등 다른 선진 금융회사에 먹힐 것이란 우려에서였다.
모든 업종 간 벽을 허물어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고 대형화를 유도했다.
부실이 발생하면 가차없이 정리해 경매를 통해 투명하게 매각했다.
스페인의 두 강자는 여기서 나왔다.
1989년 당시 5위권이던 산탄데르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비슷한 '고금리 계좌'를 처음 내놔 금융계를 발칵 뒤집었다.
그리고 이후 격화된 경쟁에서 밀려난 최대 은행 바네스토는 산탄데르에 인수됐고 몸집을 키운 산탄데르는 남미 정복에 나섰다.
이 산탄데르의 유일한 맞수가 BBVA였다.
원래 산탄데르보다 컸던 BBVA는 산탄데르가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할 때마다 비슷한 규모의 M&A를 단행,산탄데르를 따라잡았다.
발레라 부행장이 말한 두번째 이유는 "제대로 된 스페인 기업이 없어서"였다.
즉 해외에 나갈 때 편안히 기댈 구석이 없다보니 현지화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택한 현지화 전략이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착잡해졌다.
현지화에 실패한 한국의 은행들과 그런 은행들이 해외 진출에 나설 때 모든 것을 간섭하는 등 근시안적 시각을 가졌던 한국의 감독당국이 생각나서다.
은행과 감독당국이 함께 머리를 맞대 스페인의 사례를 연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드리드(스페인)=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