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 시황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현 정부 강만수 경제팀이 시장신뢰를 잃었고, 공격적 환율개입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닷컴>이 10일 최근 주요 경제현안인 환율과 정부대책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삼성증권 등 4개 증권사 시황담당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진행한 결과 이러한 의견이 모아졌다.

◇ "정부 외환시장 개입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는 대체로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지금과 같은 정부의 환개입 방식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삼성증권 시황파트 오현석 연구원은 "정부가 성장에서 물가안정으로 스탠스(기조)를 바꾸면서 발생한 판단의 문제"라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와 같이 (환율개입이) 너무 공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변동성이 확대돼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결코 안된다"고 전제한 뒤 "전에 비해 최근 정부의 (환율을 끌어내리려는) 의지가 강경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장의 기본적 생각이나 반응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결국 정부의 환율개입 성패는 1000원선이 유지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다만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미국이 조만간 금리를 인상해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원화약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성공가능성도 적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 윤자경 애널리스트도 "정부가 공격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 변동성이 너무 커져 증시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물가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손치더라도 정부의 인위적 개입은 효과여부를 떠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현주 동양종금증권 마켓 애널리스트도 "(현재 정부개입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환율 변동성 자체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 강만수 경제팀 "시장신뢰 잃어" vs "기회 줘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현 경제팀 유임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윤자경 애널리스트는 "최근 고환율 정책에 대한 부작용이 너무 커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게 시장의 의견인데 차관만 경질한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며 "환율은 최고책임자인 장관의 게이트키핑(gate keeping) 없이 차관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정부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도 "원래 신뢰가 안가는 상태여서 뭐라 말할 입장이 못된다"면서도 "고환율이라는 정책리스크로 불확실성을 키운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주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치적 문제여서 뭐라 답변하기는 곤란하지만 현 경제팀 유임이 시장에 주는 변동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종목 측면에서 IT 등 수출주들이 그동안 환율덕을 봐왔기 때문에 향후 투자메리트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반면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 경제팀에게 제대로 된 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오 연구원은 "초기 글로벌 경제여건이 악화돼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미국의 재무장관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것처럼 우리 경제팀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 증시방어책 효과 미지수"

정부가 지난 9일 내놓은 증시급락 방어책의 성패를 묻는 질문에는 대체로 효과가 미지수일 거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내놓은 방어책은 크게 연기금 등을 동원한 매수와 세금혜택인데 이는 현재도 증권시장에서 가동되고 있는 요소들"이라며 "따라서 실제 정부의 대책이 가동되는 시점이 되더라도 시장의 움직임을 결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현주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고 변동성 자체도 크기 때문에 이러한 정부대책 발표는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자경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투자는 심리가 중요한데 인위적으로 부양책을 내놓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도 "인위적인 부양책은 단기적인 효과는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시황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거시경제 분석과 이를 통한 향후 증시 전망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또한 연기금 등 주식시장 큰 손 뿐만 아니라 운용사, 개인투자자 등 다양한 투자주체들에게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주요 통로의 역할도 하고 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