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스파고의 해외지점은 런던과 홍콩,대만 단 3곳뿐이다. 총 자산 5950억달러,시가총액 101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 금융회사의 글로벌 네트워크치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스파고는 최근 3년간 매출 증가율 58.1%,순익증가율 14.9%,주당순이익 증가율 16.1%라는 기록적인 경영실적을 거뒀다. 미국의 경영전문잡지인 포천은 웰스파고를 전 세계,전 업종에 걸쳐 매출액 기준 41위,수익 기준으로는 17위로 평가했다. 웰스파고가 미국 내에서만 머무르면서도 고속 성장을 지속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수익의 80%는 기존 고객에게서 나옵니다. "

스티븐 배시 부행장은 웰스파고의 성장비결을 이렇게 한 마디로 정리했다. 내부에서 블루오션을 찾는 것이다.

웰스파고에서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2주 후 담당 뱅커로부터 감사 메시지를 받고 90일 이내 웰스파고 상품의 가입을 권유받는다. 이후 고객의 라이프 사이클과 재무 상황을 파악,지속적으로 상품 판매의 기회를 발굴한다.

이렇게 해서 웰스파고는 고객 한 명당 평균 8개의 금융상품을 판매한다. 이른바 교차판매(cross selling)다. 주택담보대출,신용카드,보험,뮤추얼펀드,퇴직연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웰스파고의 교차판매 실적은 다른 은행의 2배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보험,자산관리계좌 가입을 통해 장기 거래를 유도한 뒤 당좌와 신용카드,가계대출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 상품을 통해 고객을 묶어두는 것이다.

세일즈 컨설턴트인 레이먼드 킴은 "20대 미혼 고객에게도 퇴직연금에 가입할 의향이 없는지 물어본다"며 "고객들은 자산관리 상태에 언제든지 조언해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이를 전혀 불쾌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웰스파고는 이처럼 스스로를 은행이 아닌 금융상품 판매업자로 규정한다. 상품 개발보다는 판매에 주력하면서 금융상품의 백화점을 지향한다. 월마트 홈디포 등 유통업체가 경쟁상대이자 벤치마킹 대상이다.

웰스파고의 비이자수익 비중은 47%에 달하고 비이자 수익 중에서도 신탁과 펀드 등 자산관리 상품과 보험,신용카드 수수료 수입이 40%를 넘는다. 예대마진에만 의존하고 금리 변동에 따라 이익 기반이 흔들리는 국내 은행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지난해 서브 프라임사태로 신용위기가 닥친 상황에서도 웰스파고의 순익은 10%가 증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표격인 JP모건체이스의 빌 윈터스 IB담당 CEO는 "웰스파고는 상대적으로 좁은 타깃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강점에 집중해 성공한 대표적 은행"이라며 "비즈니스의 초점이 분명한 것,이것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