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대표 장안수·사진)이 자체 개발한 개량신약들을 앞세워 세계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모디핀'(고혈압치료제)과 '슬리머'(식욕억제제)에 이어 최근 '피도글'(혈전치료제)과 '에소메졸'(궤양치료제·사진)을 선보이며 제약 선진국인 미국 및 유럽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

한미약품은 스웨덴 아스트라제네카의 역류성 식도염치료제인 '넥시움'(성분명 에스오메프라졸 마그네슘)을 개량한 에소메졸을 세계 최초로 개발,이달부터 국내 판매에 들어갔다고 10일 밝혔다. 2005년부터 발매된 넥시움은 지난해 72억달러가량 팔려 화이자의 리피토(고지혈증치료제ㆍ135억달러)와 사노피-아벤티스의 플라빅스(항혈전치료제ㆍ73억달러) 등에 이어 세계 의약품 판매랭킹 3위에 오른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에소메졸은 넥시움의 성분 중 마그네슘만 스트론튬으로 바꾼 것으로,임상시험 결과 넥시움과 동등한 치료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미약품은 설명했다. 1정당(40㎎ 기준) 가격은 1400원으로,넥시움(1844원)보다 20% 이상 싸다.

한미약품은 뛰어난 치료효과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에소메졸을 국내는 물론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 일본 등 50여개국에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장안수 사장은 "에소메졸은 오리지널 약을 그대로 복제한 '카피약'과는 달리 성분을 변경한 개량신약인 만큼 특허 분쟁에서 자유롭다"며 "다음 달 미국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만큼 2010년께 미국에서도 판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에소메졸을 미국에 판매하기 위해 현재 몇몇 다국적 제약사와 판매대행 계약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또 이달 초 발매한 플라빅스 개량신약인 '피도글'(성분명 나파디실산 클로피도그렐)의 원료를 유럽 등에 연간 1500만달러가량 수출하는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앞서 미국 제약사 애보트의 식욕억제제인 '리덕틸'을 개량한 슬리머에 대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호주 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7개국에 매년 2000만달러어치 이상 수출하는 계약을 지난해 체결했다. 2006년부터 필리핀 멕시코 등에 수출 중인 '아모디핀'(화이자의 노바스크 개량신약)의 경우 올해 수출규모가 4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 사장은 "정부의 약가 인하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며 "올해 6600만달러어치를 수출한 뒤 내년에는 '수출 1억달러' 고지도 넘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