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어제 기준금리를 연 5.00%로 동결(凍結)하면서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경기가 악화되고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은의 본질적인 임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 수단으로서 금리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것이다.

금리 운용의 유연성마저 제약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경제상황이고 보면 긴축을 위한 금리 인상을 고려하겠다는 한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금리 인상을 통해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오히려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만 더 가속화시키는 악영향을 가져오지 않을지 걱정부터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어제 나온 통계청의 소비자 기대지수마저 4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86.8을 기록한 실정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소비감소가 내수경기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일자리 감소,경기후퇴를 불러오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 방식은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단적으로 금융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 그렇다.

물론 정부의 시장 개입이 필요한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물가에만 집착해 외환보유액을 동원하는 시장 개입은 단기적 환율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대외신인도 하락,외국인의 주식 매도 등과 같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목표 환율이 노출됨으로써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환율 급락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피해 또한 막심하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정책의 신뢰성 회복을 통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성장과 물가 안정 사이에서 환율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는 우(愚)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앞으로의 경제운용에서 어느 한 가지만의 정책목표에 매달릴 게 아니고 시장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정책수단의 합리적 조합을 추구하는 것이 급선무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