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PC방 가운데 3곳 중 1곳 꼴인 6150개가 학교에서 200m 이상 떨어진 곳에 있어야 하는 등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해 폐업 위기에 몰림에 따라 해당 업계는 물론 게임산업과 PC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업소당 평균 3~4명씩 고용해 온 PC방 6000여곳이 문을 닫을 경우 해당 업주를 포함한 2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PC방 왜 폐업 위기 내몰렸나


PC방은 바뀐 법령에 따라 주택가와 학교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곳에서 영업해야 하지만,마땅한 대체 지역을 찾지 못한 업소가 적지 않다.

서울 중계동에서 7년째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선씨(36)는 "아파트가 밀집한 중계동은 대부분 상가건물이 1종 근린생활시설(슈퍼마켓,미용원 등 주택가 필수시설물)이어서 건축법상 PC방 영업이 가능한 건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등록 요건에 맞는 곳은 임대료가 비싸 이전을 포기하고 전업을 생각하는 업주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PC방이 등록제로 바뀐 것은 2006년에 터진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 때문에 합법적으로 운영하던 PC방도 게임 머니를 돈으로 바꿔 주는 불법 환전을 일삼는 성인 PC방이나 스크린경마 게임장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됐다.

PC방이 청소년 탈선의 온상으로 낙인 찍혔다는 점도 등록제 실시와 무더기 폐업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1998년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나오면서부터 PC방이 등장했고 때마침 미국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PC게임 '스타 크래프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초창기 3000여개였던 PC방이 2001년에는 2만3548개로 늘었다.

청소년의 게임 중독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PC방이 인터넷 사용이나 문서 작성 등을 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주로 게임하는 공간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PC방 규제 강화 찬반 논란


시민단체들은 PC방 등록제 시행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는 "학교 주변에 PC방이 있는 것은 청소년 교육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PC방 업주와 게임업계는 PC방 등록제를 폐지하거나 현실에 맞게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PC방 업주들의 모임인 인터넷PC문화협회는 자유업이었던 PC방을 등록제로 바꿔 기존 업주에게 소급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달 말께 PC방 등록제를 폐지해 달라는 헌법 소원을 낼 예정이다.

게임업계도 치명타가 예상된다. 권준모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은 "PC방이 게임업체에는 중요한 유통 채널이며 게임산업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1만4000여개 PC방과 계약을 맺어 온라인 게임을 공급하고 있는 A사는 게임 매출의 20%가량을 PC방에 의존하고 있다. A사뿐 아니라 국내 대다수 게임업체들이 많게는 매출의 50%를 PC방을 통해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등 PC업체들도 PC방 무더기 폐업으로 PC 수요가 매년 30만대가량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영태/민지혜 기자 pyt@hankyung.com

[ 용어풀이 ]

◆PC방ㆍ성인 PC방=컴퓨터 등 필요한 기자재를 갖추고 고객에게 인터넷ㆍ게임물을 이용하게 하거나 부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영업장을 말한다. '인터넷 카페'로 불리기도 한다. PC방 사업은 게임산업진흥법에 '인터넷컴퓨터 게임시설 제공업'으로 분류돼 있다.

PC방은 사행성 게임의 온상으로 지적받고 있는 성인 PC방이나 스크린경마 게임장과는 다르다. 성인 PC방에서는 성인을 상대로 고스톱,포커 등 성인용 웹보드 게임을 제공하고 게임으로 번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돈으로 바꿔줘 도박을 조장한다. 현행 게임법은 게임머니ㆍ아이템의 환전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경품 제공을 불법으로 정하고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