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산하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안 수용을 요구하며 잇달아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에는 "임금조정 없는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라"며 회사 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는 임금협상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안과 주간 연속 2교대 등 노동계의 현안 이슈에 매달려 1년 내내 노-정 대리전을 치러야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지부는 최근 제8차 금속노조 대각선 교섭에서 중앙교섭안 수용과 함께 주간 연속 2교대제의 도입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노조는 현재의 근무 형태인 주야간 2교대제(10시간+10시간)는 근로자들의 건강권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며 주간 연속 2교대(8시간+8시간)를 통해 심야근무를 근본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도 이미 2005년 노사협상을 통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노조와 원칙적 합의를 했다.

하지만 문제는 주간 연속 2교대 도입에 따른 생산성과 임금 조정.노조는 주간 2교대제 전환과 함께 임금 삭감 없는 월급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근무시간이 줄어들더라도 임금은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요구다.

회사 측은 그러나 주간 연속 2교대제로 근무 형태를 변경할 경우 근무시간이 20% 이상 단축되고 동시에 생산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노조 측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노조 측 요구대로 라면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변경시 30% 정도의 임금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연동해 국내외 공장의 생산 물량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물량총량제 도입도 요구하고 있다. 해외 투자 물량을 줄이는 대신 국내 신규 투자를 보장하라는 게 노조 측 요지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노조의 우려와 달리 그동안 국내 공장의 물량도 계속 증가해왔다"면서 "매년 시장 수급 상황이 다른데 생산 물량을 인위적으로 못박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협력 업체들도 노조 측의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며 이날 노조를 방문해 심사숙고해줄 것을 촉구했다. 현대 기아차 협력회 대표 이영섭 회장은 "주간 연속 2교대제는 4500여개 부품업체의 영향과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한국 자동차산업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국가 경쟁력 차원의 면밀한 연구와 검토가 이뤄진 뒤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현대차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겠지만 근로 조건이 열악한 중소 부품업체들은 생활난이 더 가중될 것"이라며 "근무 형태 변경을 현대차 노사만의 이해관계 중심으로 풀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용어풀이>

○주간 연속 2교대제=현행 심야시간 근무를 폐지하자는 게 골자다. 노조가 마련한 주간 연속 2교대제의 근무 형태안에 따르면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각 8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오전과 오후반 사이에는 시간 간격을 두지 않고 근무하며 휴식 시간은 유급으로 20분씩,식사 시간은 40분으로 한다는 안을 마련했다. 오전반은 오전 6시40분부터 오후 3시20분까지,오후반은 오후 3시20분부터 밤 12시까지 근무한다. 현재의 주야간 2교대 근무제의 경우 주간조는 오전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1교대가 생산을 하고 이후 2시간 잔업을 벌인다.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10시간 근무를 한다. 야간조는 저녁 8시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 6시에 퇴근한다. 잔업을 더해 마찬가지로 10시간 근무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