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주식 매수를 시작함에 따라 증시의 또 다른 축인 투신권이 언제 매수세에 가세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그동안 주가 하락 과정에서 주식을 매입하지 않아 '실탄'사정은 여유가 있어 본격적으로 주식 매입에 나설 경우 증시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증시가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세로 방향을 잡으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살 것이라며 시점을 저울질하는 분위기여서 증권업계에서는 조만간 투신권이 주식매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원기 KB자산운용 대표는 10일 "코스피지수가 단기간에 1500선까지 밀렸지만 기업이익 등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심리가 안정을 찾으면 지수 200포인트 정도의 회복은 단기간에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중·소형 가치주를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일부 운용사들은 주식 비중을 높이고 있다. 신영투신운용과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최근 하락장에서 주식비중을 각각 1.4%포인트와 0.9%포인트 올렸다. 한국밸류의 경우 지난달 우주일렉트로닉스 주식 9만5000주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7.30%에서 9.11%로 높인 것을 비롯 동양고속운수 KPC홀딩스 해성산업 에스디 등 중소형주를 대거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매입 여력은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8일까지 코스피지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가운데도 국내 주식형펀드로는 19영업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달 들어서도 지수가 1530선까지 밀린 지난 8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 잔액은 4300억원 이상 순증했다.

하지만 주요 운용사의 주식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상태다. 지수가 장중 1900선을 넘었던 지난 5월19일 국내 주식형펀드의 주식편입 비중이 90.0%였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8일 현재 86.2%로 떨어졌다. 이 기간에 피닉스자산운용(-17.9%포인트) NH-CA자산운용(-10.0%포인트) 알리안츠GI자산운용(-6.8%포인트) 동부자산운용(-6.3%포인트) 등도 주식 비중을 크게 낮추고 현금성 자산을 대폭 늘렸다.

한국투신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등 대형사들의 주식 비중도 88% 수준까지 하락했다.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은 "운용사들이 혹시 있을지 모를 환매에 대비해 현금성 자산 비중을 높인 상태"라며 "아직 바닥을 확신하지 못해 공격적으로 주식을 채우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좌근 동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매수 여력이 있는 운용사들도 의미 있는 주가 반등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박해영/김재후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