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함께 한국의 전자산업을 이끌어 온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로 LCD TV 등 관련 제품의 판매량이 줄면서 패널 수요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패널 가격도 약세로 돌아섰다. 대만의 LCD 패널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이미 감산에 돌입했다.

LCD 패널업체들이 건설중인 공장들이 양산에 돌입하는 내년 상반기에는 공급과잉 현상이 본격화돼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LCD 패널이 '천덕꾸러기 산업'으로 전락한 반도체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혹시 LCD마저? ... 반도체 공급 과잉→가격 하락→감산→내리막길
◆패널업계 수익구조 악화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9일 저녁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4위 LCD 패널업체인 대만의 CMO가 최근 10% 감산을 결정했으며 3위 업체인 AUO도 감산 준비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며 "LG디스플레이도 수요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감산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미국 경기가 침체되자 삼성 소니 등 LCD TV 메이커들이 저가 상품을 잇따라 내놓는 등 가격 경쟁에 들어갔고 이에 발맞춰 CMO 등 대만 LCD 업체들이 덤핑 공세를 시작했다"며 "LCD 패널업체들의 수익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북 구미에 1조3000억원을 들여 6세대 생산라인을 만들기로 한 것은 노트북이나 모니터 패널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TV 패널의 부진을 IT 패널로 메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LG디스플레이는 2분기에 사상 최대 규모인 4조2110억원의 매출과 88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지만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6.28%나 떨어졌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도 9일(현지시간) "LCD 업체들의 실적 호조는 단명(短命)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6월 말부터 현재까지 17인치 PC 모니터 LCD 패널은 8%,32인치 TV 패널은 3%가량 가격이 떨어졌으며 LG디스플레이의 2분기 영업이익률도 38%에 그쳐 1분기(40%)와 지난해 4분기(41%)에 비해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FT는 또 AUO의 6월 LCD 패널 판매량이 5월보다 17%가량 줄어든 것도 LCD 업계 불황을 예고하는 징조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LCD,반도체와 닮은꼴 되나

LCD 패널 업계의 최근 상황은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반도체와 닮은 꼴이다. 2006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2007년 D램 생산량을 각각 90%와 60%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2007년도에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그다지 늘지 않았다는 것.공급과잉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D램 고정 거래가격은 작년 1월 5.88달러에서 작년 12월에는 0.88달러로 급락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작년 8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D램 업체들의 수익성이 급락한 것은 당연한 일.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3180억원,올해 1분기 482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일본 엘피다메모리,대만 난야 등도 작년 3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는 적자는 면했지만 분기당 1조원에 육박했던 반도체총괄 영업 이익이 올해 1분기 19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도체 업계는 최근 감산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하이닉스는 지난 4월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청주 공장 한 곳을 3분기부터 가동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도시바도 지난달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200㎜웨이퍼 라인 가동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2009년 LCD패널 업체들의 신설 공장들이 양산에 돌입하면 2007년의 반도체 업계처럼 '공급과잉→수요부진→가격폭락'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9년 상반기에 LCD 패널을 생산하는 8세대 2공장이 완공돼 양산에 돌입한다. LG디스플레이도 1분기에 8세대 공장,2분기에 6세대 공장이 각각 완공돼 추가 물량을 내놓는다.

송형석/이태명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