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가치가 10일 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8489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모두 52차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국 정부가 수입물가를 낮추기 위해 위안화 강세를 용인한 데다,중국으로 막대한 핫머니(단기투기자금)가 유입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홍콩 현대경제연구소 장충슈 부소장은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로 볼 때 현재의 상승세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중국 최대은행인 공상은행은 이날 위안화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 연말 위안화 가치가 작년 말에 비해 11% 오른 달러당 6.49위안으로,2011년 말엔 5.61위안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초(달러당 7.30위안)부터 4년간 23%,고정환율제를 폐지한 2005년 7월(달러당 8.28위안) 이후부터는 32% 상승하는 것이다.

공상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연말부터 주춤해지면서 내년엔 위안화 절상 속도가 3.7%로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소폭이나마 낮아지는 추세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1%를 기록,두 달 연속 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작년 한 해 동안 평균 4.8% 오른 소비자물가가 올 들어서 지난 2월 8.7%로 치솟는 등 급등세를 이어가자 위안화 가치를 급속히 끌어올렸다. 위안화 가치를 상승시켜 수입상품의 물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인플레를 억제하려는 의도다. 이에 따라 연초 달러당 7.30위안이던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6.2%나 뛰었다.

공상은행은 물가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내년부터는 중국 정부가 경기 경착륙 방지를 위해 위안화 절상 속도를 다소 늦출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위안화 강세 둔화가 수출 증가로 이어지면 다시 국제적 절상압력을 초래,2010년과 2011년엔 평균 5.3%씩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 2011년 말에는 달러당 5.61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공상은행은 환율변동폭이 확대되는 등 환율결정 메커니즘이 바뀔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달러에 대한 위안화 환율의 하루 변동폭은 ±0.5%다.

이와 관련,상하이증권보는 홍콩 도이치뱅크 렁쉬카이 수석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물가급등이라는 비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급격하게 절상시켰지만 경착륙이 우려되는 만큼 완급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올 들어 위안화 가치의 빠른 상승으로 수출 증가세는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발표한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6월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7.6%로 전달(28.1%)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이에 따라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도 11.8% 감소한 990억달러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중소 수출기업 도산-실업 양산-사회불안으로 이어지는 경착륙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의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섬유산업에 대해 폐지했던 수출환급금 제도를 다시 부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