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총리실이 최근 직원들에게 휴가철 해외여행을 자제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부처들도 대부분 동참할 조짐이다.

기획재정부 등 일부 부처는 이미 휴가용 펜션을 마련해 놓고 직원들이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도록 유도하고 있고 행정안전부는 각급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해외여행 자제를 독려하고 있다.

관가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 직원들만이라도 가급적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한 만큼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공무원 해외여행 자제령'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는 초고유가 시대에 공무원들이 먼저 솔선수범하지는 취지에서 나온 해외여행 자제 움직임이 민간으로도 확산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부처 속속 "해외여행 자제"

청와대의 방침이 전해지면서 중앙 부처들은 직원들에게 국내여행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청와대의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 정상적인 공직자라면 해외여행 가겠느냐"면서 "재정부 직원들은 모두 해외여행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대신 충남 태안에 6곳의 펜션에 각각 직원들을 위한 휴양소를 마련했고 80가족이 올 여름 휴가를 그곳에서 보내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도 해외여행을 자제하기로 방침을 정하고,지난 3일엔 '지자체에 공무원 휴가를 검소하게,되도록 국내에서 보낼 것'을 요청하는 공문도 보낸 상태다.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환경부 노동부 여성부 등은 아직까지 해외여행 자제 방침을 정하지 않고 있지만 지침이 내려오면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차원에서 공무원 해외여행 자제 움직임이 나타남에 따라 공기업과 정부 유관기관으로도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그런 방침이라면 조만간 한은도 비슷한 지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도 "공직사회에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민간도 자율적으로 해외여행을 줄여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적자 규모 축소

정부가 초고유가 1단계 비상조치를 앞당겨 시행키로 한 데 이어 공무원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나선 것은 경기가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고,물가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되고 서비스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지난 5월 말까지 경상수지 적자는 72억달러나 누적됐다. 하반기에 수출이 순조롭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120달러 선에서 잡힌다고 가정해도 연간 경상수지 적자폭은 100억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예상(70억달러 적자)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관세청이 내달 말까지 홍콩 등 호화쇼핑이 많은 지역 여행객을 대상으로 휴대품 전량 검사를 벌이기로 한 것도 같은 취지에서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솔선수범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강제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히 일반 공직자들에게까지 강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난과 물가 급등으로 서민들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해외여행 자제 움직임은 전체 공직사회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미 상당수의 공무원들이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해외여행 자제 움직임이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늘 공무원들만 솔선수범을 강요당하는 분위기에 불만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류시훈/김동욱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