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결국 국내 증시에 '최장기간 순매도' 라는 새로운 기록을 ‘선사’했다.

외국인들은 11일 3072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팔아 25일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국제적인 고유가와 미국에서 다시 불거진 신용위기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9일부터 이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유주식을 처분한 것.

지금까지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의 최장기간 연속 순매도 기록은 지난 2005년 9월22일부터 10월26일까지 24일간이었다. 당시 외국인은 3조3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었다.

이번의 순매도 행진은 기간이 가장 길 뿐만 아니라 순매도 규모도 훨씬 크다. 지난달 9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약 7조원 규모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이번 매도기간 중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도한 업종은 상반기 상승장을 주도했던 전기전자였다. 매도규모는 총 2조3300억원 규모에 이른다.

그 뒤를 화학(8000억원), 은행(7700억원), 철강및금속(5600억원), 운수장비(3600억원), 건설(3500억원), 보험(3200억원), 유통(2400억원), 서비스(2200억원, 통신(1800억원), 운수창고(1200억원) 등이 이었다.

금융업종 순매도 금액도 1조6600억원을 헤아린다.

이밖에 증권(730억원), 전기가스(690억원), 의약품(560억원), 기계(450억원), 음식료(310억원), 비금속광물(270억원), 섬유의복(32억원) 등도 순매도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기간중 외국인이 순매수한 업종은 종이목재(12억원) 한 업종 뿐이었다.

외국인의 매도행진이 거듭되는 가운데 주가지수도 하락행진을 거듭했고, 시가총액도 173조원 감소했다.

부국증권의 임정현 애널리스트는 외국인투자자의 장기간 순매도 요인으로 ▶美증시를 위시한 글로벌증시의 베어마켓(약세장) 진입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의 이머징마켓 비중축소 ▶국내 기업들의 벨류에이션 매력 훼손 등을 꼽았다.

환율시장의 불안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려 하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보유비중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신영증권의 김지희 애널리스트는 “근래 외국인 매도의 원인은 차익실현, 밸류에이션 부담, 포트폴리오 조정, 환율변화, 이머징 시장 전반적인 비중 축소 등에서 찾을 수 있다”며, “유가나 환율, 글로벌 경기 불안이 지속된다면 외국인들의 매도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