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보증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신용위기 재연 공포가 월가를 짓누르고 있다. 모기지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이들 두 회사가 파산한다면 미 경제로선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일각에선 상황이 악화될 경우 연방 정부가 구제금융을 실시하거나 양사를 직접 인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 회사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채무 불이행자의 증가로 지난 3월 말까지 최근 9개월간 11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주가가 각각 22.0%,13.8% 폭락,1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UBS가 두 회사의 실적 전망을 낮춘 것도 투자자들의 매도를 부추겼다. 리먼브러더스 등 모기지 사업 비중이 높은 여타 금융사들 주가도 실적 악화 우려로 맥을 추지 못했다.

최근 모기지업체들이 다시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대출자들의 채무불이행이 급증한 탓이다. 미국 부동산 조사업체인 리얼티트랙은 미국의 6월 주택압류 신청이 전년 동기 대비 53% 급증한 25만2000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택 가격이 모기지 상환액을 밑도는 곳이 계속 늘어날 정도로 부동산시장 침체는 심각하다.

무디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차압 문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으며 2010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월가 경제 전문가 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 전망 조사에서도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올 하반기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위기에 대한 공포가 재연되자 헨리 폴슨 재무장관,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진화에 나섰다. 폴슨 재무장관은 미 하원 청문회에서 "두 회사는 여전히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감독당국도 두 회사가 적절히 자본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감독 측면에서 보면 두 회사의 자본조달 구조에 별 문제가 없지만 다른 금융사들처럼 추가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월리엄 풀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두 회사의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구제금융을 지원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월가와 정치권에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두 회사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연방 정부는 다양한 수습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정부 관료를 인용,미 정부가 상황이 악화될 경우 패니매와 프레디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