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이코노미가 뜬다] '포스트 교토' 본격화로 주목받는 탄소배출권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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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교토'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탄소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포스트 교토란 선진 38개국을 대상으로 온실가스를 평균 5.2%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 교토체제(2005∼2012년)에 이어 2013년부터 새롭게 적용하는 기후변화 국제협력 체제를 일컫는다. 포스트 교토 체제에선 한국도 이산화탄소 배출 의무감축 국가에 포함될 것이 확실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 거래제(ET:Emission Trading)를 비롯한 탄소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커지는 탄소배출권 시장
탄소 배출과 관련한 시장은 1997년 교토의정서에 의해 탄생됐다. 교통의정서를 이행하기 위한 강제적 수단으로는 배출권 거래제,청정개발체제(CDM),공동이행제도 등 3가지가 꼽힌다. 이 중 현실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는 것이 배출권 거래제와 청정개발체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국가나 기업들이 할당받은 온실가스 배출량 허용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넘어서면,허용치 미달분을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사거나 초과분을 팔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을 지칭한다. 유럽연합(EU)은 자체적으로 EU 탄소배출 거래제를 만들어 2005년부터 작년까지 1단계 운영을 마쳤다. 올해부터 시작된 2단계는 2012년이 시한이다.
EU는 1단계 기간 중 허용치를 초과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도 거래소에서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이를 상쇄하지 않는 국가나 기업에 t당 40유로의 벌금을 매겼다. 2단계에선 벌금을 t당 100유로로 인상했다. 교토의정서의 허용치를 지키지 못하는 국가와 기업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탄소배출권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럽게 시장을 만들어낸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출범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거래량은 600억달러(약 56조7000억원)로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2006년에도 143%나 늘었다. 관련 업계에선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배출권 거래를 본격화하면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 탄소거래 연구단체인 '새로운 탄소 재정'(NCF)은 미국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규모가 2020년께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탄소거래소 허브 경쟁도 치열
세계 각국은 탄소거래소 허브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 차원의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없는 미국에선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NYSE는 지난해 12월 유럽 2위의 탄소배출권 거래소였던 파워넥스트카본을 인수,블루넥스트로 이름을 바꿨다. 이 거래소를 유럽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시킨 뒤 북미와 아시아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적극적이다. 일본 총리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말 도쿄증권거래소에 탄소배출권 거래소 설립을 권고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거래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일본은 전력거래소에서 2010년부터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홍콩은 금융 허브의 강점을 발판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소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은 교토의정서 12조에서 비롯됐다. 선진국인 A국이 개발도상국 B국에 투자해 얻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분을 자국의 감축 실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선진국은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하고,개도국은 기술적ㆍ경제적 지원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사업 시행 전ㆍ후를 비교해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및 환경적 이익을 발생시키면서 개도국의 지속 가능 발전에 기여할 때 사업으로 승인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 산업과 제조,화학,건설,수송,용제 사용,폐기물,조림,농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된다.
◆국내 기업들도 사업 가시화
국제적으로 탄소 배출과 관련한 시장 및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대응도 활발해지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친환경 전력 생산으로 탄소배출권을 확보,이를 판매하는 사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CDM 사업에는 휴켐스,후성,로디아에너지코리아,LG화학,한화 등의 국내 업체들이 뛰어든 상태다. 휴켐스는 지난 1월 유엔 등록을 통해 CDM 사업을 진행 중이며 오스트리아 카본사와 공동으로 3개 질산공장에 아산화질소 저감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시설투자비 115억원과 연간 운영비 10억원은 카본사 측이 모두 떠안았지만 대신 탄소배출권 판매에 따른 수익은 카본사 측이 78%,휴켐스 측이 22% 정도를 배당받기로 했다.
3개 공장의 저감시설 운영을 통한 휴켐스의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연간 145만t(188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