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1988년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을 설치했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는 기후변화협약(UNFCCC)을 채택했고 한국은 1993년 세계 47번째로 이 협약에 가입했다.

기후변화협약은 구속력을 갖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산업혁명을 빨리 이뤄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상대적으로 큰 선진국(38개국)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하는 교토의정서가 2005년 2월16일 공식 발효됐다. 교토의정서는 제1차 공약기간(2008∼2012년)에 1990년도 배출량 대비 평균 5.2%를 감축토록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이 의무 대상국들이다. EU와 일본 등은 교토의정서를 비준하고 이를 따랐다. 하지만 미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요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비준을 거부했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국이 아니다.

교토의정서의 시한인 2012년이 다가오면서 '포스트 교토' 체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세계 각국은 포스트 교토 체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포스트 교토 체제가 어떻게 짜여지느냐에 따라 각국의 경제성장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국제회의에서 포스트 교토 논의가 항상 주요 의제로 부각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만 해도 △EU가 주도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미국이 이끄는 기후변화 주요국 회의 △기후변화 특별 정상회의라는 별칭이 붙은 G8(주요 선진 8개국) 회담 등 포스트 교토 체제의 운명을 결정할 외교전이 줄줄이 펼쳐졌다.

각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상황이라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일본 도야코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2050년까지 배출가스를 현재의 50%로 감축하자"는 선언적인 합의만 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50% 감축이라는 목표 제시에 따라 국가 간 환경전쟁은 2막이 오른 셈이다.

포스트 교토 체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미국과 중국이다. 이 중에서도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워싱턴에서 제1차 기후변화 주요국 회의를 열어 EU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UNFCCC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했다. 미국은 각국의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에너지 사용량 증가를 존중하면서 청정기술 개발과 확산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이자는 입장이다. 타율적 의무 감축 대신 청정기술을 통한 자율적 감축으로 개발도상국과 함께 가자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후발 산업국가로서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최근 전향적으로 전환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처에 적극적이었던 EU는 집행위원회를 통해 올해 초 EU 회원국별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실천계획을 담은 'EU 온난화 방지 패키지'를 발표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지속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