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일의 진통 끝에 11일 열린 18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한 이명박 대통령은 다소 굳은 표정이었지만 자신감에 찬 어투로 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이 대통령을 환대했으나 야당 의원들은 일절 박수를 치지 않았다. 대신 이 대통령에게 쇠고기 협상 등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하는 각종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촛불을 의미하는 빨간색 넥타이와 머플러를 두르고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대통령에 대해 최소한의 예우는 갖춘다는 차원에서 대통령 입장시 기립은 했지만 연설 내내 박수는 한 번도 치지 않았다. 총 29번의 박수를 친 한나라당과 대조를 이뤘다. 또 이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앞줄에 있는 의원들과 악수를 나눌 때도 민주당 의원들은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다가 대통령이 가까이 다가가자 마지못해 일어나 악수를 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아예 개원식에 불참했다. 대신 본회의장 앞에서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대통령에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개원국회에서 현수막 정치냐.품격 있게 정치하라"며 현수막을 거둘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후 2시20분께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아 이 대통령이 들어서자 경호원들이 민노당 의원들과 이 대통령의 사이에 '인의 장막'을 쳤고 이 대통령은 빠른 걸음으로 민노당 의원들을 지나쳐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한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개원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대통령 연설 중간중간 다른 의원들과 함께 박수를 치면서도 담담한 표정으로 서너 번 정도 가볍게 손뼉을 치는 모습도 보였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