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1일 국회 개원연설을 통해 당분간 경제운용의 무게중심을 '안정과 통합'쪽에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과 금융시장 불안,서민생활의 악화라는 복합적인 난국 상황 속에서 전반기처럼 변화와 효율만을 강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특히 고용 안정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대기업들에는 채용 확대 노력을 당부하고 공공부문에서도 고용 안정을 염두에 둔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은 강물(고유가) 거슬러가야 할 상황"


이 대통령은 이날 현 경제상황을 "강물을 거슬러 배를 끌고 가듯이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비유했다. 이 대통령은 "고유가로 촉발된 급물살에 가만히 있으면 뒤로 밀려나고 만다. 이제 모두가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최근 이 대통령이 "2년 정도의 경제목표치를 수정해야 한다"면서 '연 7% 성장목표'를 유보한다는 의미로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제가 물가 급등이나 서민경제 파탄 등으로 당장 '발등의 불'이 급하니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물가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구체적 방안으로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 △석유제품과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소비자부담 완화 △물가를 압박하는 금융.외환시장의 요인 해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청와대 관계자는 "물가를 압박하는 금융시장의 요인은 유동성이며 외환시장의 요인은 고환율"이라고 언급,앞으로 시중 유동성 해소책과 환율 상승 대응책 등을 강도 높게 추진할 뜻임을 시사했다.


◆기업의 채용확대 노력 당부


이 대통령은 이어 기업에 고통 분담을 당부했다. 사정이 어렵지만 채용을 늘려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달라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도 이럴 때일수록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며 "각계의 노력이 내년 후반기에는 경제 회복의 성과로 나타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공공부문에서도 고용 안정을 고려해 공기업 개혁작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취임식 연설 때 공무원 수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겠다고 했던 것에서 상당부분 뒷걸음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저는 '경제가 어려울 때는 사람을 줄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은 민간에 넘기고 전기 수도 건강보험 등 민간으로 넘길 수 없는 영역은 경영 효율화와 서비스 질 개선을 추진해 나가되,고용 안정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후반 경제회복?


이 대통령은 특히 계층 간 격차를 줄이고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등 사회통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이 뒷걸음치지 않을 것"이라며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별도의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 대책으로 △지난해 세계잉여금 중 10조원을 영세업자,소상공인,농어민,축산농가 등에 지원하는 방안 △금융소외자 확대지원 방안 등이 제시됐다.

특히 앞으로 금융소외자 지원 대상을 현재 128만명에서 전체 금융소외자(780만명)로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노사 안정 차원에서 비정규직 보호법을 노사 양쪽의 견해를 모두 반영해 보완,개정해 나갈 뜻임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는 국회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가 놓쳐서는 안 될 기회의 하나가 바로 한.미 FTA"라면서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대승적 결단으로 조속히 비준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