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알고도 북 측에 전면적 대화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은 국회 개원 연설 전 금강산 피격 사건을 보고받았다"며 "금강산 관광사업을 하는 현대아산에서 통일부에 통보한 게 오전 11시30분이고 이 대통령은 오후 1시30분께 정정길 대통령 실장과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통령이 국회에서 대북 대화를 제의하는 개원 연설을 시작한 것은 오후 2시20분.청와대 참모들로부터 피격 사건을 보고받은 지 한 시간 후에 남북 간 전면적 대화 제의 등을 골자로 하는 개원 연설을 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에 비상 사태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남북 간 대화를 제의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번 금강산 피격 사건은 정부가 사태 진상을 충분히 파악한 뒤에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고 개원 연설은 우리가 앞으로 남북 관계 및 대북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공교롭게도 같은 날,그것도 미묘한 시점에 겹쳤기 때문에 이런 저런 관측이 나올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두 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번 (피살) 사건을 중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남북 관계의 큰 방향을 강물이라고 한다면 중간에 돌출적 사안도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 어떤 국가,정부의 큰 정책 방향을 밝히는 연설을 하는데 그것(피살 사건) 때문에 (내용을) 즉흥적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건 이거대로 저건 저거대로 대응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도 이번 금강산 피격 사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철저한 진상규명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이번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전면 중단되거나 경색돼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인 셈이다.

일부에선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에게 사건 보고를 너무 늦게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아산 측이 북 측으로부터 사건을 통보받고 관광객 박씨의 사망 사실을 통일부에 보고한 시간은 오전 11시30분쯤.10분 후 청와대 상황실이 이를 정 대통령실장에게 보고했고 11시50분엔 김 외교안보수석도 통일부를 통해 정 실장에게 사건 보고를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사건을 보고받은 시간은 정 실장이 처음 사건 보고를 받은 지 1시간50분 후인 오후 1시30분.청와대 참모진이 보고를 미루는 바람에 개원 연설 내용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통령에게 사건을 보고할 때는 전체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까지 알아본 후 보고하지 사건 발생 자체만 보고할 수는 없다"며 지연 이유를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질병으로 사망한 것 같다는 첩보까지 겹치는 바람에 상황 파악에 시간이 더 걸렸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수진/홍영식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