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스웨터,한 겨울에 반팔티.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도한 냉ㆍ난방의 풍속도다.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자원을 아끼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름철 전기수요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1인당 전력 소비량은 7607kWh.국민 소득이 두 배나 많은 일본(7372kWh)보다도 많다. "써도 너무 쓴다. 비정상적인 소비구조다. "는 탄식이 이어질 정도다. 자동차 가전제품도 대형 일색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2006년 국내에서 팔린 승용차 70만6888대 중 경차(800㏄ 이하,현재 1000㏄ 이하)는 6%에 불과했다. 혼수용 가전제품도 TV는 40인치대,냉장고는 양문형이 주류를 이룬다. 가정에서 기업은 물론 정부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절약에 함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자제품의 코드만 뽑아도 연간 4620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기름을 아껴 쓰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절약 방법"이라며 "자동차 요일제에 참여하거나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업체들이 날개 모양의 외부 구조물을 달아 에너지 효율을 높인 선박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연료 절감형 선박을 찾는 선주(船主)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날개 달린 배'의 원조는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2006년 독일 선주인 하팍로이드로부터 수주한 86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개)급 컨테이너선에 처음으로 날개를 달았다. 하팍로이드는 최근 '날개 단 배'의 연료 효율이 매우 높다며 이미 발주한 같은 급의 컨테이너선 여섯 척에도 이 날개를 달아 달라고 현대중공업 측에 요청했다. 몇몇 곳의 유럽 선사도 소문을 듣고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배의 꼬리 부분에 날개 모양의 장치를 달면 배를 띄우는 '양력(揚力)'이 생겨 적은 연료로도 선박을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료 절감 효과는 4~6% 정도다.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하루 300t 이상의 연료(벙커C유)를 소비하므로 날개를 달면 연간 240만달러가량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평균 운항 기간을 25년으로 잡는다면 6000만달러에 달하는 기름이 절약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날개 장착 비용은 50만달러 선.1년만 배를 운항하면 설치비의 다섯 배가량을 뽑아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날개 기술'에 대해 이미 국내특허 등록을 마쳤고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10개국에도 특허 출원을 해 놓은 상태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날개 달린 선박은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이라며 "앞으로 이런 선박을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연간 30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최근 '날개 달린 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의 프로펠러 앞 부분에 고정 날개를 단 초대형 유조선을 개발해 지난달 성공적으로 시운전을 마쳤다. 그리스 해운회사인 크리스텐으로부터 수주한 32만t급 초대형 유조선 '아스트로 카프리콘'호에 설치한 4개의 고정날개는 선박 프로펠러로 유입되는 물의 흐름을 균일하게 조절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남해안 일대에서 실시한 시운전 결과 기존 선박에 비해 5%가량 연료가 절감되는 것으로 측정됐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장치를 현재 건조 중인 초대형 유조선 12척과 컨테이너선 12척에도 설치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올초부터 초대형유조선(VLCC) 등의 선체 외판에 '세이버 핀(saver fin)'이라는 구조물을 부착하고 있다. '세이버 핀'이란 가로 2.5m,세로 0.5m 크기의 홑겹 철판을 선체 외판에 지느러미 형태로 부착한 것이다. 세이버 핀을 설치하면 연료를 3∼5% 절감하고 선체 진동을 5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선박이 운항할 때 발생하는 양력을 활용해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동시에 파도의 영향을 분산시킴으로써 선박의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개월간 20여척의 선박에 세이버 핀을 장착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VLCC 기준으로 연간 5억~10억원 정도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