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달리고 있는 자동차 가운데 연비가 가장 좋은 차는 뭘까. 단연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다. 연비가 ℓ당 23.2㎞에 달한다. 1000㏄ 이하 국내 경차보다도 6∼7㎞ 더 간다. 고유가 시대에 하이브리드카 만한 대안이 없는 셈이다.

현재 운행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는 시빅 하이브리드와 렉서스의 GS450h,RX400h,LS600hL 등 네 종류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작년에 한 달 평균 15대씩 팔렸으나 요즘에는 30여대씩 팔린다. 가격은 3390만원.배기량이 1339cc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비싼 편이다.

그렇다면 시빅 하이브리드는 일반 휘발유 모델보다 얼마나 가격 경쟁력이 있을까. 시빅 휘발유 모델은 1.8ℓ 가격이 2590만원,2.0ℓ 가격이 2990만원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400만~800만원 비싸다.

연료비 차이는 적지 않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1년간 1만6000㎞ 주행할 때 기름값으로 총 131만원(전국 휘발유 평균가격,ℓ당 1905원 기준)이 소요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연비가 ℓ당 13.3㎞인 1.8 모델은 229만원,11.5㎞인 2.0 모델은 265만원이 각각 들어간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타면 연간 98만~134만원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자동차를 구입한 후 7년간 운행한다면 686만~938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배기량이 적기 때문에 매년 자동차세도 휘발유 모델보다 10만~30만원 덜 낸다. 정부가 하이브리드카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차값의 5~10%인 개별소비세와 취득ㆍ등록세 감면까지 검토 중이어서 하이브리드카의 매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결국 시빅을 사려는 고객은 휘발유보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사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결론이다.

문제는 국내 하이브리드카 시장이 내년 하반기나 돼야 본격적으로 열린다는 점이다. 내년엔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지고,정부 보조금도 일부 지원받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현대자동차가 내년 7월께 액화석유가스(LPG)를 기반으로 한 아반떼LPI를 내놓는다. 국내 LPG 가격이 휘발유 값의 50% 수준에 불과해 더욱 관심이 크다. 2010년엔 쏘나타 및 로체급(기아자동차) 하이브리드카가 출시된다.

도요타자동차는 내년 하반기 세계적 베스트셀링 모델인 차세대 프리우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행 프리우스의 연비는 ℓ당 29.6㎞이지만 차세대 모델 연비는 이보다 더 높아질 전망이다. 2010년엔 캠리 하이브리드도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혼다 역시 시빅 하이브리드를 대체할 새로운 하이브리드카를 빠르면 내년 말 국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시빅 모델보다 차체가 작기 때문에 연비가 더 좋고 값이 저렴한 게 특징이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검토 중이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 2000만~4000만원대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고연비 하이브리드카가 많아질 전망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