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체 에너지 가운데 수소는 청정성,자원의 풍부성,재생가능성 등에 비춰 '꿈의 연료'로 불린다. 물에서 얻는 수소는 상업성만 확보한다면 고갈될 걱정이 없는 무한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는 수소연료의 상용화에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수소가 에너지로서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제조,이용,인프라 등 여러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수소제조가 문제다. 원재료인 물만 놓고 보면 무한하지만,수소를 만들어내는 동력은 별개의 문제다. 물에서 수소를 얻어내려면 결국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나 증기를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수소가 명실상부한 무공해 에너지로서 범용화되려면 태양에너지,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원을 사용해 경제적 상업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수소제조 기술과 함께 연료 전지(fuel cell)와 같은 수소이용 기기도 함께 개발돼야 한다. 수소 그 자체는 석유,가스 등과 같이 특정지역의 매장지에서 캐서 사용하는 1차 에너지원이 아니라,연료전지 등의 형태로 사용해야 하는 2차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가시화되는 수소 상용화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수소를 미래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꼽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각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푸는 해결책으로 수소에너지를 지목하고,천문학적인 연구투자비를 쏟아붓고 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2003년 국정연설을 통해 수소에너지 개발에 12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도 연료전지 자동차와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실용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수소에너지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연료전지가 일반 가정용으로까지 실용화되는 단계를 밟고 있다. 현재 실험용 기기들이 출하되기 시작됐으며 내년 4월에는 본격적으로 가정용 연료전지가 판매될 전망이다. 연료전지는 보통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60% 정도를 조달할 수 있는 데다가 배출되는 열기를 이용해 급탕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시가현에 있는 마쓰시타의 한 가전공장은 이미 연료전지 양산체제를 갖추고 이달부터 실험용 기종을 내놓기 시작했다. 도시바는 발전장치ㆍ저탕장치를 각각 100~105㎏으로 줄여 주요 경쟁사 제품보다 약 20% 경량화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가정용 연료전지 상용화 분야에서 한발 앞서고 있으나 역시 최대 난제로 가격을 꼽고 있다. 마쓰시타는 연간 20만대 양산 체제를 갖출 2015년에야 제품가격을 상용화 수준인 60만엔대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현황 및 대책
한국은 2040년을 수소경제 구현 초기단계로 설정하고 4단계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단계별로 살펴보면 2012년까지의 1단계 기간은 연구개발 및 보급 초기로,충분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기술을 보급하고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까지 2단계는 연료전지 시장 형성기로 잡고 있다. 화석연료를 통해 수소를 만들어 연료전지에 공급하고,정부 주도의 과감한 수소연료전지 보급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3단계에는 발전,수송,상업분야로 연료전지 기술을 확대하고,2040년까지 4단계에서는 태양열 풍력 등 대체에너지원으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일본 등에 뒤처져 있는 한국이 수소 등 대체 에너지분야에서 세계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현재 수소개발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으며,기술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한 기업 주도의 연구개발은 다소 아쉬운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지원 확대와 같은 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를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법규와 제도 정비,대국민 인식 제고 등 수소 연료전지가 보급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대규모 시범단지를 조성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