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前 청와대 경제수석 김중수씨…"우리는 너무 내부지향적, 개방따른 고통 감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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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1기 청와대 수석비서관 재임 기간을 호사가들은 108일로 잡는다. 촛불에 흔들린 청와대의 '백팔번뇌'를 빗댄 얘기다. 하지만 본인들은 재임 기간을 석 달 정도로 보고 있다. 사표 수리 전 사실상 업무가 정지됐다는 게 그 이유다. 제대로 그림조차 그려보지 못하고 물러난 데 대해 아쉬움과 분노가 교차할 정도로 짧은 기간이다.
1기 수석비서관 중 맏형 격인 김중수 전 경제수석(61)을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갑자기 밀려난 사실에 화가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스스로 사임을 요청했다"고 답했다. 김 전 수석은 인터뷰 게재에 대해 "그럴 시기가 아니다"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1기 경제수석의 경험을 전하는 게 좋겠다는 편집회의의 결정에 따라 싣기로 했다.
―얼마 만에 쉬는 것입니까. '백수 과로사'란 얘기도 있던데….
"외국 유학을 끝내고 귀국한 이후 직장을 열세 번 옮겼다. 지난 25년간 백수생활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집사람하고 열흘 정도 남해안 등지를 여행했다. 아무런 예약 없이 무작정 길을 따라 다녀보았다. 그리고 이번 주 일주일 내내 사람들을 만났다. 정말 과로사할 것 같더라.백수가 되니 의료보험부터 없어지더라.(웃음) 노친네(모친)가 병원을 갔는데 의료보험이 없다고 해서 알았다. "
―해외 여행을 떠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 내주(월요일) 초 책 몇 권 들고 해외로 나갈 생각이었다. 그동안 유학생활을 포함해 미국,유럽 등 주로 선진국에서 생활해 이번에는 동남아로 가보려 했다. 하지만 국회가 열리고 쇠고기 국정조사를 한다고 해 일단 취소했다. 이제 청와대 직원은 아니지만 대통령께서 해외 여행을 자제하라고 했는데 훌쩍 떠나는 것 또한 도리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떤 분은 일도 제대로 못해보고 경질돼 화병이 날 것 같다는 표현도 하던데.
"젊은 친구들 중에는 그랬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나는 자진해 물러날 생각이어서 그렇지는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영어로 '크로스 오버 데드 보디(Cross over the dead bodyㆍ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라는 뜻을 전했다. 물러가는데 괘념치 말아 달라는 뜻이었다. 떠나는 날 다들 술을 좀 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인수위원회에서 확정한 국정 운영 193개 과제를 다듬어 7월께 'MB노믹스'를 완성하려 했는데,그 작업을 하지 못하고 떠난 게 큰 아쉬움이다. "
―'경제수석은 입이 없다. 정무 기능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비판이 강했는데.
"비서의 비자는 숨을 비(秘)다. 수석은 숨어서 장관들이 잘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 부처가 잘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일하는 것도 훌륭한 '정치'다. 그렇다고 조정 역할을 소홀히 한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각 중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만 처음 만났을 뿐,대부분은 일면식이 있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부총리 특보(1997년)였을때 같이 일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청와대 비서관 자리를 떠날 때(1995년) 교통비서관으로 왔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대학(서울대 경제학과) 3년 후배로 군대 갔다 와서 같이 공부했다. 때문에 부처 간 소통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비서관들은 100일 동안 조용히 일만 해야 한다. 언론에 나오지 않아야 한다. 100일은 조용히 지내려 했는데 3개월 만에 갈릴지는 꿈에도 몰랐다. (청와대 참모로) 교수들을 많이 앉혀 놓고 정무 기능을 가지라고 하면 솔직히 '포퓰리스트 거버먼트(대중 영합적 정부)'로 가기 쉽다. 결과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포퓰리즘이 횡행하면 미래가 없어진다. "
―글로벌 경제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은 없는가.
"국민소득 5000달러와 1만달러일 때는 잃을 게 없지만,2만달러일 때는 다르다. 일단 거시경제의 안정을 기반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일본하고 중국 사이에 끼여 있다. 개방해서 미국 일본 EU(유럽연합) 하고 끝까지 같이 가야 한다. 동시에 중국을 더 많이 알아야 한다. 국내 실업률이 높아지는 이유,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이유 등을 이제 중국과 연계해 살펴봐야 바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너무 인워드(내부) 지향적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래선 안 된다. 국제적으로 이기는 것이 이기는 것이지,우리나라에서 이기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람이란 끝까지 경쟁을 하고 외국하고 긴장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너무 쉽게 살려고 한다. 글로벌 시대에는 반드시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베네치아가 개방을 해서 번영했다.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의대 아니면 법대를 간다고 한다. 이렇게 해 가지고 경제가 발전한 나라는 없다. 가장 우수한 인재를 경제 발전에 써야지,그렇지 않은 나라가 어떻게 경제를 발전시키겠나. IMF 외환위기 때 김대중 정부가 4대 개혁 프로그램을 '내부 오너십'으로 가져가서 비교적 성공했다. 이명박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경제 개혁 프로그램의 오너십을 각 부처가 가지면 성공하고 청와대가 가지면 실패한다. "
―박병원 현 경제수석은 어떻게 영입됐나. 김 전 수석이 추천했다는 얘기도 있다.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갈린 데 대해서도 말이 많다.
"박 수석은 이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정책은 나와 같다. 박 수석이 잘 할 것이다. (추천 문제와 관련) 박 수석에게 직접 물어보라.최 전 차관의 교체 연유도 대충 다 알고 있다. 나는 거시경제를 했는데,말을 참 조심해야 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언론에) 처음엔 우물 우물 넘어가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게 했는데,1주일이 지나면 '아 그게 이 말이었구나'라고 알게 되면서 시장에 신뢰를 줬다. (통화당국은)말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말하면 안 된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
"세계 지도자들의 인기는 평균 30% 정도에 불과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물론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등이 모두 그렇다.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다양한 이익이 표출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과거처럼 60~70%의 지지를 얻는 지도자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통은 중요하다.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도자가 정책을 결정할 때 모든 소리를 담으려 하면 실패한다. "
―향후 계획은.
"내 나름대로 국가에 기여하고 싶다. 방법을 찾기 위해 세계 경제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싶다. 학교로 돌아가는 것은 총장(한림대)을 지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겠는가."
대담=홍영식 정치부 차장 yshong@hankyung.com
1기 수석비서관 중 맏형 격인 김중수 전 경제수석(61)을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갑자기 밀려난 사실에 화가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스스로 사임을 요청했다"고 답했다. 김 전 수석은 인터뷰 게재에 대해 "그럴 시기가 아니다"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1기 경제수석의 경험을 전하는 게 좋겠다는 편집회의의 결정에 따라 싣기로 했다.
―얼마 만에 쉬는 것입니까. '백수 과로사'란 얘기도 있던데….
"외국 유학을 끝내고 귀국한 이후 직장을 열세 번 옮겼다. 지난 25년간 백수생활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집사람하고 열흘 정도 남해안 등지를 여행했다. 아무런 예약 없이 무작정 길을 따라 다녀보았다. 그리고 이번 주 일주일 내내 사람들을 만났다. 정말 과로사할 것 같더라.백수가 되니 의료보험부터 없어지더라.(웃음) 노친네(모친)가 병원을 갔는데 의료보험이 없다고 해서 알았다. "
―해외 여행을 떠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 내주(월요일) 초 책 몇 권 들고 해외로 나갈 생각이었다. 그동안 유학생활을 포함해 미국,유럽 등 주로 선진국에서 생활해 이번에는 동남아로 가보려 했다. 하지만 국회가 열리고 쇠고기 국정조사를 한다고 해 일단 취소했다. 이제 청와대 직원은 아니지만 대통령께서 해외 여행을 자제하라고 했는데 훌쩍 떠나는 것 또한 도리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떤 분은 일도 제대로 못해보고 경질돼 화병이 날 것 같다는 표현도 하던데.
"젊은 친구들 중에는 그랬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나는 자진해 물러날 생각이어서 그렇지는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영어로 '크로스 오버 데드 보디(Cross over the dead bodyㆍ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라는 뜻을 전했다. 물러가는데 괘념치 말아 달라는 뜻이었다. 떠나는 날 다들 술을 좀 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인수위원회에서 확정한 국정 운영 193개 과제를 다듬어 7월께 'MB노믹스'를 완성하려 했는데,그 작업을 하지 못하고 떠난 게 큰 아쉬움이다. "
―'경제수석은 입이 없다. 정무 기능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비판이 강했는데.
"비서의 비자는 숨을 비(秘)다. 수석은 숨어서 장관들이 잘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 부처가 잘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일하는 것도 훌륭한 '정치'다. 그렇다고 조정 역할을 소홀히 한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각 중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만 처음 만났을 뿐,대부분은 일면식이 있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부총리 특보(1997년)였을때 같이 일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청와대 비서관 자리를 떠날 때(1995년) 교통비서관으로 왔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대학(서울대 경제학과) 3년 후배로 군대 갔다 와서 같이 공부했다. 때문에 부처 간 소통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비서관들은 100일 동안 조용히 일만 해야 한다. 언론에 나오지 않아야 한다. 100일은 조용히 지내려 했는데 3개월 만에 갈릴지는 꿈에도 몰랐다. (청와대 참모로) 교수들을 많이 앉혀 놓고 정무 기능을 가지라고 하면 솔직히 '포퓰리스트 거버먼트(대중 영합적 정부)'로 가기 쉽다. 결과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포퓰리즘이 횡행하면 미래가 없어진다. "
―글로벌 경제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은 없는가.
"국민소득 5000달러와 1만달러일 때는 잃을 게 없지만,2만달러일 때는 다르다. 일단 거시경제의 안정을 기반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일본하고 중국 사이에 끼여 있다. 개방해서 미국 일본 EU(유럽연합) 하고 끝까지 같이 가야 한다. 동시에 중국을 더 많이 알아야 한다. 국내 실업률이 높아지는 이유,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이유 등을 이제 중국과 연계해 살펴봐야 바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너무 인워드(내부) 지향적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래선 안 된다. 국제적으로 이기는 것이 이기는 것이지,우리나라에서 이기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람이란 끝까지 경쟁을 하고 외국하고 긴장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너무 쉽게 살려고 한다. 글로벌 시대에는 반드시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베네치아가 개방을 해서 번영했다.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의대 아니면 법대를 간다고 한다. 이렇게 해 가지고 경제가 발전한 나라는 없다. 가장 우수한 인재를 경제 발전에 써야지,그렇지 않은 나라가 어떻게 경제를 발전시키겠나. IMF 외환위기 때 김대중 정부가 4대 개혁 프로그램을 '내부 오너십'으로 가져가서 비교적 성공했다. 이명박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경제 개혁 프로그램의 오너십을 각 부처가 가지면 성공하고 청와대가 가지면 실패한다. "
―박병원 현 경제수석은 어떻게 영입됐나. 김 전 수석이 추천했다는 얘기도 있다.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갈린 데 대해서도 말이 많다.
"박 수석은 이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정책은 나와 같다. 박 수석이 잘 할 것이다. (추천 문제와 관련) 박 수석에게 직접 물어보라.최 전 차관의 교체 연유도 대충 다 알고 있다. 나는 거시경제를 했는데,말을 참 조심해야 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언론에) 처음엔 우물 우물 넘어가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게 했는데,1주일이 지나면 '아 그게 이 말이었구나'라고 알게 되면서 시장에 신뢰를 줬다. (통화당국은)말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말하면 안 된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
"세계 지도자들의 인기는 평균 30% 정도에 불과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물론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등이 모두 그렇다.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다양한 이익이 표출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과거처럼 60~70%의 지지를 얻는 지도자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통은 중요하다.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도자가 정책을 결정할 때 모든 소리를 담으려 하면 실패한다. "
―향후 계획은.
"내 나름대로 국가에 기여하고 싶다. 방법을 찾기 위해 세계 경제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싶다. 학교로 돌아가는 것은 총장(한림대)을 지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겠는가."
대담=홍영식 정치부 차장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