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물가는 치솟으면서 각 가정의 지갑이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중 금리마저 계속 올라 경제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자산가치 하락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 중순 1574.44에서 5월 중순 1888.88까지 올랐으나 고유가 및 국제금융시장 경색 여파로 지난 11일 1567.51로 재차 추락했다. 최근 두 달 새 하락률이 17%에 이른다. 개인의 금융자산 중 주식과 수익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에 이른다는 한국은행의 조사 자료를 감안하면 최근 주가 하락으로 개인의 금융자산이 5%가량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의 금융자산 중 43%가량을 차지하는 예금의 경우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면 원금이 사실상 소폭이나마 줄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5%대 중후반이지만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5.5%에 이르러 이자소득세를 제한 실제 이자율이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실질금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역시 하락하고 있어 가계의 자산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를 비롯한 '버블 세븐' 지역의 고가 아파트는 거래가 끊기면서 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북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특히 지방은 미분양 아파트가 쌓일 정도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있다.

◆금리 상승으로 부담 가중

지난 3월 말 개인 부채는 757조6000억원으로 작년 말의 739조7000억원보다 2.4% 늘었다. 1인당 부채는 지난해 말 1527만원에서 1559만원으로 늘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가계부를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계속 올라 가계 형편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의 6월 소비자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6개월 전과 비교해 부채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가구 비중은 19.7%로,2007년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1년 전과 비교해 현재 수입이 감소했다는 가구 비중도 26.4%로,2007년 3월의 2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은 신규 대출자뿐만 아니라 이미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들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그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2005년 말 연 6.33%에서 2006년 말 6.56%,지난해 말 7.13%로 올랐고 올 들어서는 연 7% 초반에서 움직여왔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229조원이었다.

◆대출금리 더 오를 수도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만 반영해도 CD 금리가 지금보다 0.2~0.3%포인트가량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CD 금리가 연 5.7%대 중반까지 뛸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가 오르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책금리가 조만간 인상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성태 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정책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CD 금리가 곧바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이 CD 발행을 늘리는 점도 CD 금리 상승 및 담보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CD 순발행액은 지난 4월 이후 매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박준동/주용석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