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균 <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 >

최근 열린 외국인투자 자문회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의 벽두에 어느 외국 상공회의소 대표가 뉴욕에서 발간된 한 외국 신문의 1면을 펼쳐보였다. 집회현장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둘러싸인 사진이었다. 공권력이 위협받는 이런 이미지가 확산되면 외국 기업의 관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그 외국인의 우정어린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달 필자가 다녀온 유럽지역 투자설명회에서도 과연 한국을 방문해도 되는지 물어보는 질문이 많아 답변에 애를 먹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작년까지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외국인투자는 외환위기 직후에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M&A(기업 인수ㆍ합병)를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했으나,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국,인도와 자원이 많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투자유치 경쟁에 돌입하면서 우리나라의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또 지난 10년간 정부가 외국인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기업하기 좋은 투자환경의 조성이나 반(反)외자정서 극복 등 본질적인 측면에는 그리 적극적이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이런 추이를 되돌리기 위해 외국인투자를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하고,지식경제부로 외국인투자 관련 업무를 일원화해 외국인투자 환경개선 3개년계획을 수립하는 등 외국인투자 시책 강화에 집중해왔다. 이에 더해,외국인투자 유치의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경제자유구역(FEZ)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새만금 등 3개 지역을 추가 지정하는 등 외국인투자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다각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경제계가 모두 힘을 합쳐 외국인투자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우리가 과거처럼 외국 자본에 목말라하는 것은 아니지만,외국인 투자는 내국인 투자와 똑같이 우리의 고용과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 경제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대외이미지를 유지해나가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자동차,조선 및 전자강국이면서 우수한 인력과 세계제일의 IT(정보기술)환경 등 많은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앞서 언급한 사진 한 장이 투자가들의 발길을 돌리게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외국 투자기업에 대한 지원이 곧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우리 스스로의 시각부터 재정립돼야 한다. GDP 중 외국인투자 비중을 보면 전 세계 평균이 25%인 것에 비해 우리는 아직 8%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상쇄해 국내 고용과 투자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국인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신정부가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 외국인투자를 강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우리의 외자규모가 국제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규제완화,조세감면 등 경영상의 지원과 함께 외국인학교 조성 등 생활환경 개선에 이르기까지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정부의 집중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반외자정서도 극복해나가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론스타 문제를 외자유치의 내재적인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부품소재의 안정적 공급,대일무역역조 완화 등 우리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일본 투자기업들이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반일감정,강성노조 문제 등을 추가 투자의 부담요인으로 여기고 있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

고유가와 세계적인 경기하강세 등 전반적인 투자환경이 결코 유리하지는 않지만,이와 같은 민관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금년을 변곡점으로 해 외국인투자 유치가 재도약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