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시장의 '두마리 용(龍)'으로 불리는 경기도 용인(수지구)과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값 흐름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14일 정부의 공식 집값통계인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조사(2007년 말=100)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수도권 집값을 이끌어 온 용인 수지구는 2007년 1월 고점(103.5)을 기록한 이후 1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강남권에 눌린 '이무기' 신세였던 용산은 2005년 11월(75.3) 이후 31개월 연속 상승세여서 대조를 이룬다. 작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의 아파트값 지수만 놓고 봐도 용인 수지구는 103.5에서 97.5로 5.8% 떨어졌다. 반면 용산은 96.6에서 102.5로 6.1%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계속되는 서울.수도권 집값의 '북고남저(北高南低) 현상을 상징하는 수치라고 진단한다.


◆날개 꺾인 용인


용인 집값은 최근 들어 추풍낙엽 신세다. 참여정부 때 서울 강남권과 함께 '버블 세븐'에 포함될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빠른 속도로 거품이 빠지고 있다.

작년 초에 비해 20% 안팎 떨어진 단지도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용인 신봉동 신봉자이2차 129㎡형은 지난해 초 6억50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5억1500만원 선으로 20.7% 떨어졌다. 보정동 연원마을 삼성명가타운 151㎡형 역시 최근 시세가 5억2000만원으로 같은 기간 20.6% 하락했다.

용인 죽전동 반도보라빌 243㎡형의 경우 작년 1월 19억2500만원에서 지금은 16억원으로 3억2500만원이나 빠졌다. 용인 보정동 동아솔레시티 294㎡형도 최근 13억1500만원 선으로 같은 기간 2억3500만원 내렸다. 죽전동 프로방스 183㎡형이나 성복동 LG빌리지 1차 304㎡형 역시 2억원 안팎 떨어졌다. 이 지역에선 집을 사려는 수요를 찾아보기 힘들다.


◆펄펄 나는 용산


반면 용산은 전국적인 집값 하향세에 아랑곳없이 나홀로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초 3억5500만원 하던 이촌동 대림아파트 85㎡형의 최근 시세는 7억9000만원으로 4억3000만원이나 올랐다. 1년 6개월 새 집값이 2.2배로 뛰었다는 얘기다. 한강로 쌍용스윗닷홈 182㎡형과 후암동 브라운 남산 187㎡형도 같은 기간 3억2500만원씩 각각 올라 지금은 11억~12억원을 호가한다. 한남동 힐탑트레저 아파트 417㎡형의 경우 작년 초 17억2500만원이었던 집값이 지금은 29억원을 호가할 정도다. 뉴타운 개발,용산역세권(국제업무지구),용산민족공원,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등 개발호재가 줄지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되던 청파동.후암동 등에서 성행하고 있는 단독주택 및 상가 지분쪼개기 등 투기행위까지 가세해 집값을 더욱 밀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용산은 과잉 기대감에 거품 우려


용인 집값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올해 말부터 입주에 들어가는 판교신도시가 강남권 수요자들의 용인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소지가 큰 데다,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광교신도시까지 하반기 공급을 앞두고 있어 용인권 집값은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부터 부동산 값이 폭등세를 유지해온 용산은 국제업무지구 등 개발호재 여파로 앞으로도 추가 상승세가 유지될 수도 있지만,현재는 단기급등에 대한 조정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더 많다. 각종 개발재료가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계획대로 진행될지 보장할 수 없어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잠룡(潛龍)이란 평가 속에 최근 급등세를 보여온 용산의 부동산시장에는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다"며 "금리.물가.경제성장전망 등 거시경제 변수가 좋지 않고 역세권 개발,각종 재개발,국제업무지구 개발 등의 다양한 건설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투자결정은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